인하대 4년 박성민씨"하루 20시간씩 공부했어요"

"장애를 입지 않았다면 새로운 도전은 생각도 못 했을 거예요"
하반신 마비 증세의 지체장애 1급 대학생이 2010학년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특별전형에 합격,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인하대학교 의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박성민(24) 씨.
박 씨는 지난 2005년 2월 의대 본과 진학을 1개월 앞두고 불의의 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못 쓰게 됐다.

친구들과 강원도 평창의 스키장을 찾았다가 스키를 탄 채로 스키장 점프대에서 솟아 오른 뒤 허리부터 떨어진 것이다.

병상에서 꼬박 1년을 보내고 휠체어에 의지한 몸으로 복학한 그에게 본과 수업은 만만치 않게 다가왔다.

'동작이 느린 몸의 부족함을 지식으로 채우자'라는 생각에 2끼의 식사와 용변 보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20시간씩 공부를 했다.

예전처럼 벌떡 일어나 허리를 쭉 펴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매 순간 꾹 참는 수밖에 없었다.

장애는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있었을까.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한 박 씨는 4학년 1학기 현재 인하대 의대 전체 차석을 유지 중이다.

예비 의사를 꿈꿔온 그가 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스키장 사고 후 병실에서 만난 사회 선배의 사연 때문이었다.

함께 술을 마시고 운전하던 친구가 교통사고를 냈는데 조수석에 앉은 그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고, 아픈 몸을 이끈 채 재판장에 불려 다니는 모습을 보며 박 씨는 '법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료와 법학이라는 두 전문 분야에 능통한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

두 분야를 모두 공부해서 어느 쪽도 억울하지 않도록 돕고 싶어요"
작년 말부터 로스쿨 진학을 준비한 그는 최근 서울대로부터 로스쿨 특별전형 합격 소식을 들었다.

그는 내년 1월 의사 국가시험을 보고 이후에는 로스쿨에서 '제 2의 인생'을 꿈꾸게 된다.

박 씨는 판사도, 변호사도 해보고 싶지만 먼 미래의 꿈은 비영리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 단체를 만드는 것.
"이상적인 꿈이라고요?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도 돈이 없어 의료 소송을 하지 못하거나 터무니 없는 의료 소송에 휘말려 마음 고생하는 교수님들을 봐 온 저로서는 매우 현실적인 미래인 걸요"


(인천연합뉴스) 최정인 기자 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