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첫 번째 홀인 18번홀(376m).아마추어 양희영(에이미양·사진)이 7m 우승 버디퍼트를 남겨뒀다.


앞서 파를 세이브한 미국 LPGA투어 3년차 캐서린 카트라잇(23·미국)이 지켜보는 가운데 퍼터를 떠난 양희영의 볼은 마치 자석에 끌리듯 홀로 빨려들어갔다.


만 16년6개월15일 된 소녀의 기적 같은 프로대회 우승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유럽여자프로골프(LET) 시즌 개막전인 ANZ레이디스마스터스(총상금 80만호주달러)는 22년 만의 아마추어 챔프 등극과 동시에 또 한 명의 10대 골프천재 탄생을 알렸다.


양희영은 5일 호주 퀸즐랜드주 골드코스트 로열파인리조트(파72·길이 6396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카트라잇과 동타를 이뤘다.


양희영은 프로대회 첫 출전에도 불구하고 48번째 홀에서 첫 보기를 할 정도로 안정된 실력을 과시하며 선두를 달렸다.


아쉽게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범해 연장을 허용했으나 연장전에서도 흔들림 없이 선배 프로를 가볍게 제쳤다.


교과서 같은 부드러운 스윙 이미지와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견고한 하체는 예전의 박세리를 연상시켰다.


특히 세계적인 선수로 급성장한 동갑내기 미셸 위(16)가 아직까지 프로대회 우승경험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가능성은 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989년 7월28일생인 양희영은 카누 국가대표 출신인 아버지 양준모씨(42)와 투창 국가대표 출신인 어머니 장선희씨(42)의 1남1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충남 서산의 서동초등학교 2학년 때 수영을 시작했다 작은 아버지의 권유로 4학년 때부터 골프채를 잡았다.


중학생이 되면서 국내 주니어 대회에 나가기는 했지만 워낙 라운드 경험이 없어 한번도 입상하진 못했다.


국내에서 골프를 배우기에는 너무 돈이 많이 들어 2004년 12월 호주로 골프유학길에 올랐다.


아버지는 서령고 체육교사직을 내던지고 딸의 미래에 모든 것을 걸었고 서산중 체육교사인 어머니도 휴직계를 내고 딸의 뒷바라지에 나섰다.


현재 호주 골드코스트 로비나 스테이지 하이스쿨 11학년인 양희영은 그곳에서 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호주 여자 아마추어 골프스트로크플레이챔피언십 2위,뉴질랜드 여자 아마추어챔피언십 우승을 비롯해 퀸즐랜드주 아마추어챔피언십,그레그 노먼 주니어 마스터스 등에서 정상에 오르며 호주 여자 아마추어 최강자가 됐다.


양희영은 키 174cm에 몸무게 75㎏의 타고난 체격에다 27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가 강점이다.


특히 굵은 허벅지와 다리는 박세리를 능가한다.


어머니 장씨는 "(희영이가) 중학교 때 박세리가 출전한 국내 대회에 갔다 오더니 '자기 다리가 박세리 다리보다 더 굵다'고 하더군요"라고 했다.


현재 양희영에게는 마땅한 후원자가 없다.


지난 1년간 목포대 체육학과 박철수 교수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줬지만 임대료와 레슨비,생활비 등에 1억3000여만원이나 들어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거의 다 써버린 상태다.


어머니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내달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형편이다.


고기와 김치찌개 된장찌개를 좋아한다는 양희영은 "어머니 귀국선물로 우승컵을 안겨드려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호주 시민권을 획득한 뒤 현지 투어를 중심으로 활동하다 내년에 LPGA투어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양희영과 마지막 챔피언조에서 함께 플레이한 재미교포 티파니 조도 이날 3언더파 69타를 쳐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3위에 올라 한국계 아마추어 선수들이 돌풍을 일으켰다.


디펜딩 챔피언 캐리 웹은 합계 3언더파 285타로 공동 33위,미야자토 아이는 합계 1오버파 289타로 공동 49위에 그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