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마르크 빌모츠가 `병 주고 약 준' 벨기에가 8년만에 세계 16강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벨기에는 14일 시즈오카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러시아를 3-2로 꺾고 1승2무(승점 5)를 기록, 조 2위로 결승토너먼트에 올랐다. 튀니지-일본전 결과에 따라 무승부도 유효한 러시아와 승리가 절실한 벨기에의만남. 팽팽한 접전이 예상됐지만 승부의 `무게 추'는 7분만에 벨기에쪽으로 기울었다. 아크 정면 약 25m 지점에서 얻은 프리킥의 키커로 나선 선수는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에서 통산 1골밖에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요한 발렘. 이번 대회 들어서도 일본과의 첫 경기에 선발 출장해 후반 23분 교체되고 튀니지와의 2차전에는 벤치만 지켰던 발렘이지만 로베르 와세주 감독은 발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 믿음은 다름아니라 정확한 프리킥 능력이었고 발렘은 절묘한 왼발 감아차기로 `괴물' 피버노바를 러시아 골대 오른쪽 상단 구석에 정확하게 꽂았다. 벨기에는 전반 종료 직전인 44분 리드를 두 골차로 벌릴 절호의 기회가 있었지만 마무리 슈팅이 빗나가 무산됐다. 빌모츠가 미드필드 왼쪽에서 올린 볼을 골지역 오른쪽에서 헤르트 베르헤옌이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슈팅을 날렸으나 골대를 빗나간 것. 벨기에는 후반 초반에도 두 차례 결정적 골찬스를 맞았지만 주장 빌모츠가 연거푸 실수, 팀에 `병'을 주었다. 빌모츠는 후반 4분 아크 정면에서 수비를 따돌리고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크로스바 위로 훌쩍 넘겼다. 벨기에는 후반 7분 러시아의 완벽한 플레이에 동점골을 허용했다. 드미트리 호흘로프가 중앙을 돌파하다 살짝 찔러준 볼을 드미트리 시초프가 왼발로 찼지만 벨기에 골키퍼를 맞고 나왔고 이를 옆에서 달려들던 블라디미르 베스차스트니흐가 `리바운드 슛'으로 골대에 넣었다. 동점골을 허용하고 2분 뒤 빌모츠는 또 다시 팀에 `병'을 주었다. 음보 음펜자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파고 들다 문전으로 찔러준 볼이 무방비 상태의 빌모츠 앞으로 정확히 갔으나 빌모츠가 헛발질, 골을 무산시켰다. 벨기에는 빌모츠의 잇단 실수로 2개 대회 연속 `본선 3무에 16강 탈락' 악몽을떠올렸으나 후반 33분 교체멤버 웨슬리 송크가 발렘의 왼쪽 코너킥을 헤딩 슛, 다시리드를 잡았다. 6분 뒤에는 바르트 호르의 패스를 받은 빌모츠가 아크 정면에서 수비를 제치고왼발 슛, 그물을 갈라 앞선 두 차례의 실수에 대해 `속죄'했다. 정규시간 6분을 남기고 두 골을 앞선 벨기에는 16강 진출을 낙관한 듯 다소 느슨한 플레이를 펼치다 후반 44분 러시아의 시초프에게 골을 허용해 다시 바짝 쫓겼지만 `불곰' 러시아에게는 더 이상 추격할 힘과 시간이 없었다. (시즈오카=연합뉴스)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