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미국)의 마스터스 2연패에는 비제이싱(피지)과 어니 엘스(남아공)의 자멸이 한몫했다. 한때 우즈에 2타차까지 따라 붙었던 이들이 스스로 무너지지 않았다면 '역전불허'의 우즈도 막판에 흔들렸을 수도 있었고 그린 재킷의 주인공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싱과 엘스는 장타자라면 당연히 스코어를 줄여야 할 '찬스홀'인 파5홀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전문가들도 "이해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엘스는 13번홀(파5)에서 티샷을 숲속으로 보내는 실수에 이어 두 차례나 볼을 개울에 처박았다. 결국 6번만에 그린에 볼을 올린 엘스는 2퍼트로 홀아웃, 트리플보기를 범하며 우승권에서 탈락했다. 티샷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안전한 페어웨이로 볼을 빼내는 대신 무리하게 나무틈새로 그린을 직접 노리다 당한 참화였다. 엘스는 "만약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면 (우즈에 1타 뒤진) 11언더파를 쳤을 것"이라고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다. 싱 역시 우즈를 바짝 추격하던 중 15번홀(파5)에서 안이한 플레이로 자멸하고 말았다. 웬만한 장타자라면 2온이 충분한 500야드짜리 15번홀에서 싱의 티샷은 왼쪽 숲으로 들어갔지만 안전하게 페어웨이로 빼내는 것까지는 순조로왔다. 그러나 핀 90야드 앞에서 친 싱의 세번째샷은 그린 앞 연못을 건너지 못했다. 문제는 싱이 1벌타를 받고 다시 친 5번째샷마저 그린에 올렸지만 백스핀이 걸리면서 다시 물 속으로 뒷걸음질쳐 사라진 것. 겨우 7타만에 그린에 도착한 싱은 트리플보기 퍼트마저 실패, 순식간에 4타를 까먹으며 2년만의 챔피언 복귀 뿐 아니라 준우승마저 레티프 구센(남아공)에게 내줬다. 이들 2명의 경쟁자가 떨어져 나가자 우즈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자제하며 '굳히기'에 들어갔고 17번홀에서 보기를 범하고도 여유있는 우승을 거둘 수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