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이 곰곰 생각해봐야 할 것들을 나열해본다.

하나,내기골프.캐디 일을 하고부터 골프에 내기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제3자의 입장에서 내기골프를 관전하다 보면 그 사람들의 특징을 금세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쪼잔한 사람,삐질이,밴댕이 등.얼마전 만원짜리 내기를 하던 어떤 아저씨는 돈을 좀 많이 잃자 그늘집에서 씩씩거리며 뜨거운 정종을 연거푸 들이켜더니 결국 가방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도대체 골프를 치러온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둘,집적맨과 접촉맨.골프장을 찾는 10명의 사람들중 5명은 이런 경향이 있다.

18홀 내내 아주 끈적끈적한 시선과 말투로 언니들의 연락처를 알아내려 혈안이 돼 있는 한심한 손님들.캐디 언니들을 단순한 노리개나 장난감으로 여기는 골프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셋,골프장에 있는 벙커.사람들은 이 벙커를 엄청나게 무서워한다.

프로,싱글,비기너 등 모든 골퍼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두려운 존재인 동시에 수많은 애연가들의 재떨이로 ''애용''당하기도 한다.

불쌍한 벙커.제발 담배꽁초를 벙커속에 묻어놓지 마세요.

아무리 벙커가 밉기로서니 어떻게 그런 가혹한 짓을.

넷,제가 바로 코앞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지를 내려 팬티를 정리정돈하는 손님들.이럴 땐 내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난감하기 그지 없답니다.

그런데 가끔 꽃무늬 팬티를 입은 아저씨들도 있더군요.

흐흐흐.

다섯,볼 일 보는 뒷모습을 아주 적나라하게 공개하며 배설의 기쁨을 만끽하는 아저씨들.팬티 정돈하는 아저씨들보다 한 수 위다.

왜들 그러시는 겁니까.

숨으려면 제대로나 숨을 것이지.그러면서 하는 말 "언니 다 봤지? 몰라 몰라 책임져!" 참 기가 막혀서.

늘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 아닌 인연을 맺게 되는 직업 캐디.골프라는 스포츠를 통해서 18홀을 플레이하다 보니 그 사람이 지닌 인격이나 품성 등을 나름대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해버렸다.

이러다 처녀도사 되는 거 아닌지 몰라.

골프스카이닷컴 제공(www.golfsk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