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스터디 소속 수학 강사 현우진(왼쪽), 역사강사 이다지./ 사진=인스타그램, 메가스터디
메가스터디 소속 수학 강사 현우진(왼쪽), 역사강사 이다지./ 사진=인스타그램, 메가스터디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약 5개월 앞둔 가운데 '교육과정 내에서만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대입 사교육을 대표하는 이른바 '일타강사'들이 잇달아 반발하고 있다. 대부분 메가스터디 소속으로 평소 막대한 부를 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사들이다. 정부는 그간 교육 시스템은 "학원만 배를 불렸다"고 비판했다.

수능 수학 강사인 현우진 씨는 지난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보도를 공유하면서 "애들만 불쌍하다"며 "그럼 9월(모의평가)하고 수능은 어떻게 간다는 거냐. 지금 수능은 국수영탐 어떤 과목도 하나 만만치 않고,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혼란인데 정확한 가이드를 주시길"이라고 적었다.

학생들을 향해선 "매번 말씀드리듯 6·9월(모의평가), 수능은 독립 시행이니 앞으로는 더 뭐가 어떻게 어떤 난이도로 출제될지 종잡을 수 없으니 모든 시나리오를 다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EBS 꼭 챙겨서 풀어야 한다"며 "비판적인 사고는 중요하지만 적어도 시험에서는 모든 것이 나올 수 있다는 비(非) 비판적인 사고로 마음을 여시길"이라고 당부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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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강사 이다지 씨는 SNS에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게 천차만별이고 심지어 개설되지 않는 과목도 있는데 '학교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수능을 칠 수 있게 하라'는 메시지라…"라며 "9월 모의평가가 어떨지 수능이 어떨지 더욱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국어 강사 이원준 씨도 "더 좋은 대안이 없다면 섣부른 개입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원인이 된다"며 "수능 비문학을 무력화하면 수능 국어시험은 인공지능 시대에 고전 문학이나 중세국어 위주로 가게 되고, 한국 엘리트들은 국가 경쟁력을 잃고 뒤처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 씨는 "한국은 교육 면에서 비교적 평등하면서도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가 강한 사회이고, 젊은이들이 무기력한 일본, 영국이나 경쟁이 치열하긴 하지만 학력이 세습되는 미국에 비해 한국은 공정함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 / 사진=뉴스1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어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니냐"며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카르텔)이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를 윤 대통령이 정면 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학교 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지난 정부가 방치한 사교육 문제는 학생·학부모·교사 모두 힘든 상황에서 학원만 배불리는 배불리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이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하셨음에도 신속하게 대책을 내놓지 못한 데 대해 교육부 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정은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이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기로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