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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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 앞에 지나간 게 얼룩말 맞아?"

동물원을 탈출한 얼룩말이 대낮에 시내를 활보하는 믿기 힘든 사건이 벌어졌다.

2021년생 얼룩말 '세로'는 지난 23일 오후 2시 30분경 서울 어린이대공원 내 얼룩말 우리에 설치된 나무 데크를 부수고 탈출해 차도와 주택가를 달렸다.

하지만 한낮의 탈주극은 오래가지 않았다.

서울 광진소방서는 오후 2시 43분 "거리에 얼룩말이 있다"는 신고는 받고 출동해 경찰 및 동물원 사육사 등과 합동 포획 작전을 벌였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 및 경찰 관계자와 대공원 사육사들은 광진구 자양동 주택가에 안전 펜스를 설치했다. 마취총을 쏘며 포획을 시도한 끝에 '세로'는 이날 오후 6시쯤 트럭에 실려 어린이대공원으로 복귀했다.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 한 마리가 도심을 활보하고 있다. 영상=독자제공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 한 마리가 도심을 활보하고 있다. 영상=독자제공
믿기지 않는 얼룩말의 주택가 출현에 이를 목격한 시민이 조현병을 의심받았다는 웃지 못할 사연도 화제다.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익명 게시판에 "나 방금 자전거 타다가 얼룩말을 본 거 같아"라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진짜 봤는데 그럴 리 없어서 환각인가 생각이 들더라고. 확인해보려고 다시 그 자리에 가봤더니 아무것도 없었어"라고 썼다.

해당 글에 한 네티즌은 "진심으로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 조현병이 아니냐"고 우려했다.

환각이나 망상을 통해 얼룩말을 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었다.

그 정도로 서울 도심 한복판서 달리는 얼룩말을 본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잠시 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실제 "얼룩말 봤다는 거 안 믿은 사람들은 사과해라. 뉴스에 나왔다"는 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네티즌은 "코끼리 사건 때 배우 곽도원이 이런 감정이었겠구나 생각된다. 의심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곽도원이 직접 경험한 코끼리 사건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어린이대공원에서 6마리의 코끼리가 탈출해 식당과 학교로 돌진하면서 한 명의 여성이 다친 일이 있었다.

곽도원은 2020년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해 "연극 하던 시절 코끼리가 탈출해서 공연에 늦은 적이 있다"면서 "늦은 이유를 사실대로 말했는데 제일 착한 형이 화내더라"라고 회상했다. 멀쩡한 시내에 코끼리가 나타나 연극 연습에 늦었다는 걸 아무도 믿어주지 않은 것. 그 당시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 실시간 뉴스를 검색할 수 없어 오해를 풀 길도 없었다.

이어 "연습 끝나고 회식을 갔는데 그때 마침 9시 뉴스에 나오더라. 세상 억울해하며 '코끼리 진짜 탈출했다니까'하면서 울었다"고 말했다.

배우 이상우 또한 코끼리 탈출 사건 목격자 중 한명이다. 이상우는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 출연할 당시 "신인 배우 시절 저녁 촬영을 가야하는데 구의동 집 근처 코끼리들이 이리저리 활보하는 바람에 교통 체증이 있었다. 촬영에 30분 늦었는데 '왜 늦었냐'고 해서 말하지 않으려다가 '코끼리가 나타나서 늦었다'고 말했다"고 당시에 느꼈던 당혹감을 전했다.

당시 퍼레이드 준비 중이던 코끼리 7마리가 날아오르는 비둘기떼에 놀라 달아났다. 1마리는 바로 붙잡혔으나 6마리가 조련사를 뿌리치고 동물원 밖으로 탈출했다.

코끼리 중 3마리는 한 고깃집에 들어가 집기를 부수고 난동을 피우다 오후 7시 26분께 조련사와 소방관 등에 의해 우리에 갇혀 공원으로 돌아왔다.

나머지 3마리 중 두마리는 동부경찰서 인근과 워커힐호텔 정수장 근처를 배회하다 붙잡혀 오후 5시10분께 공원으로 돌아왔지만 마지막 한마리는 구의동 주택가에서 한 시민에게 코를 휘둘러 갈비뼈 3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힌 뒤 한 단독주택 정원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붙잡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