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11시께 서울 강남대로에 손님을 태우지 못한 택시 수십 대가 ‘빈 차’ 표시등을 켠 채 줄지어 서 있다.
지난 6일 오후 11시께 서울 강남대로에 손님을 태우지 못한 택시 수십 대가 ‘빈 차’ 표시등을 켠 채 줄지어 서 있다.
지난 6일 오후 10시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11번 출구 앞 사거리. 손님을 태우지 못해 ‘빈 차’ 표시등을 켠 택시 10여 대가 승강장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택시기사 몇몇이 다가와 “현금을 내면 요금을 깎아주겠다”며 호객행위를 했지만 택시를 타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이후 두 시간 동안 인근 4차로를 지난 택시 340대의 승객 탑승 여부를 확인한 결과 빈 택시가 192대(56.4%)에 달했다.

손님 줄자 택시기사끼리 갈등

법인택시 소속 기사를 중심으로 택시요금 인상 부작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야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요금을 인상한 것이 오히려 택시 이용객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일부 택시회사들이 사납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요금 인상이 택시회사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강남역 인근에선 손님을 찾아다니는 택시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승객들은 요금 인상 탓에 좀처럼 택시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 버스중앙차로 정류장에만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북적였다.

택시기사끼리 손님을 두고 다투는 모습도 보였다. 한 승객이 승강장 중간에 있던 택시를 타자 앞에서 먼저 기다리던 기사가 항의한 것이다. 김모씨(72)는 “승강장 맨 앞에 있는 택시를 타라고 알려주는 게 관행”이라며 “손님이 줄어 다들 힘들지만 이런 식으로 손님을 빼앗아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늘고, 줄고…엇갈리는 택시요금

손님이 줄어 기사들의 불만이 쌓이는 가운데 법인택시업계는 사납금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사납금은 법인 소속 기사들이 택시를 빌려 사용하는 일종의 사용료로 하루 14만~20만원 수준이다.

한 택시회사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연료값과 보험료가 크게 오른 데다 기사 수도 갈수록 줄어 사납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인 소속 기사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법인택시 기사는 “사납금이 인상되면 기사들의 수입은 요금 인상 전보다 줄 것”이라며 “택시기사 증가라는 당초 요금 인상 목표는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택시 소속 기사들은 지난해 11월 해제된 개인택시 3부제(2일 근무 1일 휴무) 재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택시요금 인상으로 승객 수요가 감소한 만큼 택시 공급도 줄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인택시기사 단체인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심야 택시 대란도 없고 손님도 줄었는데 개인택시 3부제를 다시 시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3부제를 다시 적용하려면 법인택시도 같이 해야 한다”며 “왜 개인택시만 규제하라는 목소리를 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1인승 이상 대형 승합차를 이용해 영업하는 프리미엄 택시들은 요금 인상을 도약의 기회로 보고 있다. 지난 1일 서울시가 모범택시와 대형택시도 기본요금을 기존 3㎞당 6500원에서 7000원으로 500원 올렸지만 요금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요금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택시업체들이 요금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각종 할인 이벤트를 하며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며 “일반 택시보다 요금이 저렴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