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 '높을고창몰' 중복가입 방지 장치 없던 점 악용해 1인이 수천개 계정 생성
부실 행정으로 수억 예산 낭비
5일간 쇼핑몰가입 '8만명' 대박…알고보니 적립금 노린 부정행위
전북 고창군이 모양성축제 기간에 진행한 쇼핑몰 행사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신규 가입 시 8천 원의 적립금을 준다는 소식에 닷새간 8만 건의 주문이 몰려들며 '대박'이 났지만, 한 사람이 수천 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적립금을 부정하게 받아 챙긴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고창군은 부정 이용자를 걸러낼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5일간 쇼핑몰가입 '8만명' 대박…알고보니 적립금 노린 부정행위
◇ "높을고창몰에서 30구 구운 계란을 540원에 살 수 있다"

28일 연합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사태의 시작은 한 달여 전인 9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창군은 대표 축제인 모양성제의 흥행과 군의 농산물 온라인 쇼핑몰 '높을고창몰' 홍보를 위해 축제 기간 회원 가입 시 현금처럼 이용 가능한 8천원의 적립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추천인을 입력할 경우 1천 원을 추가로 증정해 최대 9천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적립금 액수가 큰데다가 사용 조건도 없는 '핫딜' 소식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적립금을 쓰면 9천540원인 30구 구운 계란을 540원에 살 수 있다'는 소식을 들은 가입자들이 몰리면서 높을고창몰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홈페이지 관리 업체로부터 가입 폭증 사실을 확인한 고창군은 행사 마지막 날인 4일에 이벤트를 조기 종료했다.

집계 결과 닷새간 높을고창몰 가입자 수는 8만 건, 주문 건수도 8만 건에 달했다.
5일간 쇼핑몰가입 '8만명' 대박…알고보니 적립금 노린 부정행위
◇중복가입 방지 장치 없었던 홈페이지…1인 수천 개 ID 생성

홈페이지 마비의 원인을 파악하던 고창군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동일한 아이피(IP)에서 수천 개의 아이디(ID)를 만든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고창군은 이러한 방식으로 1인이 최대 수백만원의 적립금을 수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은 높을고창몰 홈페이지를 통해 "동일 IP로 수십 개에서 천여 개에 이르는 계정을 생성한 정황이 발견돼 해당 계정의 주문 건은 배송 보류 처리됐다"며 "예상치 못한 주문 폭주로 관련 대응이 매끄럽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공지했다.

군은 우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행사를 악용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해도 처벌할 방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높을고창몰 홈페이지에 애초부터 중복 가입 등을 막을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아이디와 비밀번호, 이름, 주소 등만 기재하면 휴대전화나 이메일 등 별도의 인증 없이 가입이 가능했다.

수사를 의뢰받은 전북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매크로를 사용해 부정하게 홈페이지에 가입했는지를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매크로 사용 정황이 드러난다고 해도 처벌 가능한 법 조항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창군은 "부당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가입했을 경우에 처벌할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본인의 개인정보가 도용된 것 같다는 문의도 있었기 때문에 경찰과 협조하며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5일간 쇼핑몰가입 '8만명' 대박…알고보니 적립금 노린 부정행위
◇'우리도 놀랐다'는 고창군…허술한 행정에 수억 예산 낭비할 판

고창군은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몰려드는 민원을 처리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높을고창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지난 3일부터 배송 지연, 허술한 행정 등에 대한 항의 글 2천70여 개가 올라와 있지만 대부분 답변이 달리지 않은 상태다.

일단 군은 높을고창몰에서 판매 중인 상품을 모두 품절 처리하고, 휴대전화 본인 인증 절차를 추가하기 위해 회원 가입을 중단시킨 상태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지난해 4월 운영 이후) 5천여 명이 높을고창몰에 가입돼 있고,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가입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훨씬 더 많은 분이 몰려 놀랐다"며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당한 주문 건에 대해서는) 모두 배송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8만 명이 몰리면서 당장 6억4천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게 됐다.

5만2천여 명의 고창군민에게 1만원씩 나눠주는 것보다 더 큰 액수다.

부정 가입자를 제외한다고 해도 수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부실한 준비로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게 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심사를 걸쳐 쇼핑몰에 입점한 농가들도 애써 준비한 판로가 막혀버렸다.

고창군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 중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앞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