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 화면 캡쳐
KBS 뉴스 화면 캡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동기인 여성 역무원 A 씨를 살해한 전주환(31)의 범행 당일 신당역 내부 CCTV가 공개됐다.

21일 KBS 보도에 따르면 전 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 14일 노란색 점퍼를 입고 일회용 위생모에 장갑까지 쓰고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노란 점퍼는 양면인 것으로 알려지며 그가 도주를 계획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전 씨는 위생모를 쓴 이유에 대해 "피해자랑 만나서 마찰이 있고 하면 머리카락이 빠질까 봐"라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장갑을 쓴 이유에 대해서는 "흉기를 잘 잡기 위해서"라고 했다.

CCTV 속 전 씨는 화장실 입구를 잠시 응시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시각은 오후 8시 57분. 이후 화면은 9분 뒤인 9시 6분 상황으로, 그가 경찰들에게 양팔이 잡힌 채 끌려 나오는 모습이다.

전 씨는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이송되며 얼굴을 드러냈다.

"스토킹(과잉접근행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정말 죄송하다. 제가 진짜 미친 짓을 했다"라고 답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 씨가 8월 18일 이후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전 씨가 범행을 결심한 이날은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그에게 검찰이 징역 9년을 구형한 날이다. 전 씨는 약 한 달 전 범행을 계획하고 "재판으로 인해 내 인생이 망가졌다. 쟤(피해자) 때문이다"라는 마음을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굉장히 치밀하고 이성적인,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계획 살인을 해놓고 인제 와서 '미친 짓을 했다'고 이야기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며 "전주환의 태도나 언론을 대하는 태도나 노려보는 눈빛이나 이런 게 죄책감을 느끼고 정말 회개하는 자의 모습인지 궁금하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전 씨는 A 씨를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지난 14일 오후 9시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내부 화장실에서 그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전 씨를 형법상 살인 혐의로 구속했으나, 보강수사 과정에서 계획범죄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특가법상 보복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