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데이터정책위, 출범과 함께 13개 규제 없애기로
공공 마이데이터 제공, 통신·의료 분야 법인 등으로 확대
데이터 규제완화…메타버스-게임 분리·공원 자율주행셔틀 허용
국가 데이터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될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위원장 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연 첫 회의에서는 데이터 분야 8건, 신산업 분야 5건 등 총 13개의 규제개선 과제가 논의됐다.

'디지털 경제 시대의 원유'로 불리는 데이터 관련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것들이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국가데이터정책위는 데이터와 신산업 분야에서 13개 규제개선 과제를 발굴하는 등 기업의 오랜 요구에 대해 과감한 혁신으로 화답해 출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저작물도 AI 학습에 이용 가능…마이데이터는 통신·의료 법인에도 개방
정부는 데이터 분야 규제완화의 첫걸음으로 공공 마이데이터 제공 대상을 통신·의료 분야 법인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마이데이터란 공공·행정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로, 이름과 거주지, 주민등록번호 같은 개인정보 등을 말한다.

지금은 개인이 필요할 경우 요청하면 이런 마이데이터를 행정기관·은행에만 제공할 수 있는데 이를 통신 사업자나 병·의원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박 차관은 "불필요하게 서류 발급·제출에 소요되는 시간 낭비를 줄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경우 '부모님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처럼 고령화 사회를 겨냥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에 특화한 기업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다른 기관에 전송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대상도 지금은 금융·공공 분야로 한정돼 있는데 앞으로 모든 분야로 확대된다.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의 적용 대상을 크게 넓히기로 한 것이다.

◇ 민간기관도 가명정보 데이터 조합 후 3자제공 허용
코드나 암호를 부여해 누구의 정보인지 알 수 없도록 처리한 가명정보를 또 다른 가명정보 데이터와 조합해 제3자에게 제공하는 일을 앞으로는 민간 데이터 결합전문기관도 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공공 결합전문기관만 자체 보유한 가명정보를 다른 기관의 가명정보와 합쳐 새로운 통찰력·시사점이 담긴 데이터를 생성한 뒤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으나, 정부는 앞으로 민간 기관에도 이런 사업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카드 결제 가명정보를 가진 기업이 통신사의 유동인구 정보를 여기에 결합해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판매전략을 세우려는 요식업체 등에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또 현행 제도로는 금융 분야에서 가명정보를 결합할 때 이를 이용하겠다고 미리 신청하지 않은 기관에는 이를 제공할 수 없으나, 앞으로는 이용기관으로 미리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결합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개인정보법·신용정보법상 가명정보 결합 요건·절차·신청서류 등이 서로 다른 것을 통일해 결합신청 서류를 표준화하기로 했다.

◇ 인공지능 학습 관련 저작권법 손질키로
정부는 인공지능(AI)에 학습시키기 위해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저작권법을 손질하기로 했다.

지금은 저작물을 AI 학습에 쓰면 저작권법 위반인지 불명확한데, 앞으로는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감정을 향유하지 않고 적법하게 저작물에 접근'한다면 여러 저작물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AI 학습에 활용해도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직접 사진을 찍어 원천 데이터를 수집해야 했던 기업이 인터넷에 올라온 다양한 영상정보로 AI를 학습시킬 수 있게 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드론(무인기)·자율주행차 등 이동형 영상정보 처리기기도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된다.

현행법은 CC(폐쇄회로)TV 같은 고정형 영상기기만 규정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이동형 영상기기도 촬영되는 사람이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제3자의 부당한 권리 침해 우려가 없을 때는 촬영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다만 촬영자는 이때 불빛이나 소리, 안내판 등으로 촬영 사실을 안내할 의무가 있다.

정부는 아울러 개인정보 침해에 부과되는 과징금에 대해선 기업 부담을 우려하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과도한 제재를 받지 않도록 과징금 부과 기준·범위와 감경·면제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 OTT는 자체 등급분류제 도입하고 자율주행 로봇은 보도 통행 가능
정부는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를 게임과 구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올해 안에 마련하기로 했다.

메타버스가 게임으로 분류돼 규제될 경우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과기정통부가 메타버스 산업의 발전을 위한 용어 정의와 자율규제 등을 포함한 메타버스 특별법을, 문화체육관광부가 메타버스 콘텐츠 진흥법을 각각 마련할 예정이다.

또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메타버스는 게임물이 일부 포함돼도 등급 분류를 받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정부는 도심 공원에서 자율주행 셔틀 등을 운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현행 공원녹지법은 공원에서 이륜 이상인 동력장치로 영업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했는데, 이를 개정해 공원관리청이 지정하는 장소에선 최고 속도 등 안전기준에 맞춰 자율주행차 운행·영업행위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노인·장애인 등도 공원에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현재 '차'로 분류돼 보도를 다닐 수 없는 자율주행 로봇도 앞으로는 안전 인증을 받을 경우 보도를 통행할 수 있게 된다.

이를 계기로 배달·물류 등에 자율주행 로봇이 더 활발히 쓰이게 될 전망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대한 등급 분류는 자율규제로 바뀐다.

지금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사전에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해 유통 전에 통상 7일 정도가 소요되지만, 앞으로는 이를 자체 등급 분류제로 바꾸기로 했다.

이 밖에 정부·공공기관이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때 일괄발주하는 관행을 개선해 이들 기관이 디지털 서비스를 분리 발주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 연내 '데이터산업 진흥 기본계획' 내놓기로
위원회는 또 이날 '제1차 데이터산업 진흥 기본계획'의 수립·추진 방향도 논의했다.

그동안 정부가 주축이 돼 공공데이터 개방, 법·제도 정비, 재정 투자 등으로 데이터 시장 성장을 이끌었지만 민간의 데이터 활용과 산업 저변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빅데이터 도입률은 16%에 그치고,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은 12위이지만 빅데이터 활용 순위는 이보다 한참 낮은 26위에 불과했다고 정부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양질의 데이터를 대폭 확충하고 전면 개방 ▲ 민간이 쉽게 참여하는 유통·거래 생태계 구축 ▲ 안전하면서도 혁신을 촉진할 데이터 활용기반 조성 ▲ 기업·인력·기술 등 데이터산업 기초체력 강화를 4대 중점목표로 정해 규제 혁신과 제도 정비, 지원 모색에 나서기로 했다.

위원회는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가동해 세부 추진과제를 구체화한 뒤 올해 안에 제1차 데이터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