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낭인 대신 변시낭인…알바전전 '오탈자'의 눈물
최상원 씨(39)는 지난해 4월 변호사시험을 끝으로 이른바 ‘오탈자’가 됐다. 5년간의 변시 응시 기회를 모두 썼지만 결국 합격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이후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1년간 기업·공공기관 등 20여 곳에 서류를 넣었다. 하지만 30대 후반의 나이에 취업의 벽은 높았다. 최씨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푸념했다.

변호사시험 시행 10년이 지나면서 변시 자격을 잃은 오탈자가 늘고 있다. 최근 변시 합격률이 낮아지면서 한 해 70~80명씩 쌓이던 오탈자 수가 200명 수준으로 대폭 확대됐다. 군복무 외에는 어떤 예외 사항도 인정하지 않는 ‘졸업 후 5년 이내’ 응시 자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2012년 1회부터 현재까지 치러진 총 11회 변시 이후 오탈자가 된 인원은 총 1342명이다. 지난해(1135명)보다 207명 늘었다. 변시 합격률이 낮아진 게 오탈자 급증의 주요 요인. 변시 1회 당시 합격률은 87.15%였지만, 7회 이후로 합격률은 50%대를 기록하고 있다. 올 4월 발표한 11회 변시 합격률은 53.55%다.

변호사시험법 7조에 따르면 로스쿨 석사학위 취득 후 5년 이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사법시험 시절 무제한 응시로 발생했던 ‘고시 낭인’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미국 등 다른 국가엔 없고 한국에만 있는 조항이다. 최씨는 “경제적·신체적 약자들부터 변시에서 탈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활비를 버느라 5년간 시험에 오롯이 집중하기 힘든 사람들이나 5일간 진행되는 시험이 버거워 중도 포기하는 신체적 약자들의 탈락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암과 뇌경색 판정을 받고 투병해온 50대 가장 A씨는 마지막 시험을 코로나19에 걸려 응시하지 못했다. 이에 국가를 상대로 변시 기회를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행정법원에서 패소했다.

일각에서 8년간 법 공부한 이들을 방치하는 건 사회적으로 손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오탈자 급증 방지를 위해 응시 제한 요건에 질병, 상해 등의 경우 응시 자격을 연장해주는 예외 규정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오탈자들의 법 지식과 능력을 사회에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