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하면 100% 환불해 준다더니…랜드프로 먹튀에 '패닉'
국내 3대 온라인 공인중개사시험 강의업체인 랜드프로가 최근 경영 악화를 이유로 강의를 중단했다. 시험에 합격하면 수강료 100% 환불한다는 광고에 끌려 이 회사 강의를 들었던 수강생들은 혼란에 빠진 상태다. 이 같은 조건이 걸린 강의를 듣고 실제로 합격한 수강생만 2000명 이상, 이들이 돌려받을 수강료만 1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교육업계 등에 따르면 랜드프로는 최근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강의를 중단했다. 이 회사는 현재 홈페이지에 “강의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해 드리지 못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수험생 여러분이 시험일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모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공지를 올려놓은 상태다. 현재 이 홈페이지에선 교재 배송 지연을 이유로 수강 신청 접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랜드프로 측은 이번달까지 진행된 강의를 네이버 카페에 올리고 평생·1년 패키지 강의 수강생을 상대로는 일부 강의를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 예정일(10월29일)까지 다른 회사를 통해 들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랜드프로의 강의 중단 소식에 수강생들은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이 회사는 그동안 “합격하면 100% 환불” 마케팅을 앞세워 적잖은 수강생을 모집해왔다. 올해 시험을 앞둔 수강생이 나중에 합격하더라도 랜드프로로부터 수강료를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이미 랜드프로는 수강료 환불문제로 오래 전부터 수강생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최근엔 지난해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한 수강생들이 법적 조치에 나선 상태다. 랜드프로 수강생 113명은 지난 4월 법무법인 오킴스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해 랜드프로와 관계회사 라임교육에 수강료를 환불하라는 요구를 담은 내용증명을 보냈다. 하지만 아무 회신이 없자 지난달 이들 회사를 상대로 법원에 지급명령 신청을 넣었다. 이달 법원이 두 회사에 환불해야할 수강료를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랜드프로 측은 강제로 수강료를 토해낼 처지에 놓여있다. 이들 회사 계좌에 대한 가압류 조치도 이뤄진 상태다. 법적조치에 나선 수강생처럼 랜드프로 강의를 듣고 지난해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2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을 상대로 환불해야할 수강료만 약 1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수강생 측은 “랜드프로가 환불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며 2월28일~3월31일 수강료를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3월23일 ‘경영 악화로 환불이 어렵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그 이후에도 매월 순차적으로 수강료를 환불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전혀 환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조계에선 랜드프로 사건으로 그동안 환불 마케팅을 통해 출혈경쟁을 벌여온 온라인 강의업계의 병폐가 또 한 번 드러났다고 보고 있다. 엄태섭 오킴스 대표변호사는 “2019년 스카이에듀의 환불금 미지급 사태가 터진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비슷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수험생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하고 기만해 온라인 강의상품 판매에만 열을 올린 기업들에 대해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성/오현아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