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복지재단 지원받던 시청각 장애인 손창환 씨…3년만에 직원으로 채용돼
이제는 도와주는 직원으로…"더 많은 장애인 밖으로 나와야"
"고립되기 쉬운 만큼 더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장애인들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시청각 장애인인 손창환(51) 씨는 3년간 밀알복지재단의 지원을 받다가 재단에 채용까지 된 소감을 묻자 수어로 이같이 답한 후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30일 재단에 따르면 손씨는 내달부터 장애인 상담가이자 활동가로 재단 산하 기관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재단이 지원하고 채용까지한 1호 직원이다.

태어날 때부터 청각 장애를 갖고 태어난 그는 점차 시력을 잃어 현재는 수어로 소통하고 있다.

통역사와 손을 맞잡고 손바닥에 글자를 적어가는 식으로 한땀 한땀 대화가 오갔다.

손씨는 시각과 청각에 모두 장애가 있는 이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고자 세워진 재단 헬렌켈러센터의 지원을 받다가 취업하게 됐다.

이를 위해 그동안 장애인 상담과 교육에 필요한 각종 수업도 이수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일을 "장애인들을 세상과 만나게 하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손씨는 "시청각 장애인으로 살면서 과연 취업을 할 수 있을지 늘 확신할 수 없었다"며 "무언가 큰일을 하나 해낸 것 같다"고 부푼 마음을 전했다.

손씨는 시각 장애를 극복해내며 10여 년간 제빵사로 일하기도 했지만, 34세쯤부터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생업을 이어가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그는 "처음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며 "마트 계산원도 해보고 안마사도 해봤지만 뭐하나 쉬운 게 없었다"고 했다.

특히 "안마사 자격증을 따러 갔더니 하나같이 '장애인이라서 할 수 없다'고만 하더라"며 "결국 자격증은 땄지만 아무리 안마 기술이 좋아도 손님들이 말하는 걸 제가 알아듣지 못해 계속 일하는 게 맞지 않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제는 도와주는 직원으로…"더 많은 장애인 밖으로 나와야"
그러던 손씨는 밀알복지재단을 통해 세상과 격리된 채 살아가는 여러 장애인들을 만나게 됐고,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청주에 살던 시청각 장애인 부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던 손씨는 "집안에만 있다 보니 서로 싸우고 화만 내던 분들이었는데, 저와 만남을 이어가면서 점점 밝아졌다"고 했다.

이어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제가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분들의 맺힌 감정을 풀어드리는 게 가능했던 것 같다"며 "혼자 사는 다른 장애인들을 만나 집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게 제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 아동에 대한 교육 환경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과 그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연달아 일어나 사회적 파장이 인 가운데, 손씨는 그들의 상황에 깊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저도 20대 땐 부모에게 왜 나를 이렇게 낳았느냐고 화를 내며 부딪쳤던 경험이 있다"며 "아이들은 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존재인데,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사회에서 외면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사연을 들을수록 제가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점자정보단말기 등 장애인들의 소통에 필요한 환경, 교육 여건에 대한 해외 사례를 공부해 우리나라에 적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