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자정 서울역 앞 택시승강장 앞에서 사람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최세영 기자.
25일 자정 서울역 앞 택시승강장 앞에서 사람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최세영 기자.
현역 국회의원인 C 모 의원은 지난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밤 12시께 기차에서 내려 서울역에서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실패했다”는 사연을 올렸다. 지하철과 버스가 모두 끊겨 40분 넘게 기다리다가 결국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는 내용이었다.

거리두기 해제 첫 주. 코로나19를 거치며 택시 운행 대수가 줄어든 가운데 심야 택시 수요는 폭증하면서 서울 곳곳에서 택시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비시간 확보를 위해 지하철 막차 시간이 원상 복구되지 않은 것이 대란을 키운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택시 비용 4배' 프리미엄 택시 호출도 불가능

서울역 앞 택시승강장 앞에서 40명 가량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최세영 기자.
서울역 앞 택시승강장 앞에서 40명 가량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최세영 기자.
25일 자정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은 거리두기 해제 후 첫 주말을 맞아 여행을 갔다 돌아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35~40명 가량의 사람들이 무거운 캐리어 하나씩을 들고 긴 줄에 서있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택시는 10분에 1~2대씩 올 뿐이었다.

택시 호출 어플로 택시를 부르는 것도 불가능했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최모 씨(25)는 “최대 11분 거리에 있는 택시까지 호출을 시도했지만 수락한 택시는 단 한대도 없었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반택시 비용의 4배를 지불하는 프리미엄 택시까지 호출해봤지만 이조차도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부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팡타이 씨(25)는 “집이 수색역 부근에 있어 도저히 걸어갈 수 없다”며 “어쩔 수 없이 택시 승강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택시 공급 감소와 심야 수요 폭증이 맞물린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기준 전국 법인택시 운전자 수는 7만4754명으로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7만5000명 밑으로 내려갔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12월31일엔 10만2320명으로, 2년 사이에 26.9% 감소했다. 법인 택시가 차고에서 30%가까이 놀고 있다는 얘기다. 택시운전자 A씨는 “택시회사 주차장에 가면 절반 가량이 운행하지 않고 있다”며 “기사들이 택배·배달 등 벌이가 더 좋은 업종으로 옮겨 갔다”고 전했다.

개인택시기사들이 심야운행을 기피하는 점도 택시부족의 배경이다. 개인택시기사 B씨는 “지난 2년 동안 9시 영업제한으로 인해 기사들의 생활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심야운행을 계속하려면 생활패턴자체를 바꿔야 하는데 대부분 고령인 개인택시기사들이 이를 곧바로 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심야시간에 한해 개인택시 부제를 폐지한다고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공급난을 완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다.

서울시 "지하철 막차시간 조정 계획 없어"

반면 심야택시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서울시 분석에 따르면 지난 19일 0∼2시 사이 시내 택시 이용 건수는 총 6만9362건으로, 오후 9시 영업제한이 시행 중이었던 지난 2월 둘째 주와 셋째 주 같은 요일 평균치인 3만5346건과 비교해 96.2% 증가했다. 개인택시기사 A씨는 “거리두기 해제 후 11시부터 피크타임이 시작된다”며 “금요일은 새벽늦게까지 승객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기간에 단축된 지하철 운행 시간이 원상복귀되지 않는 것이 택시대란을 키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교통공사는 2020년부터 거리두기 정책에 맞춰 새벽 1시까지였던 지하철 운행시간을 단축했다. 서울 지하철은 거리두기가 해제된 현재까지도 자정께 대부분 노선 운행을 종료하고 있다.

서울시는 심야전용 시내버스인 ‘올빼미 버스’를 확대운영하는 등 심야 교통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지하철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9개 노선, 72대로 운영하고 있는 올빼미 버스를 14개 노선, 100대로 확대한다고는 하지만, 지하철에 비해 노선이 촘촘하지 않아 사각지대가 많다. 배차간격도 30~40분에 달해 이용하기 쉽지 않다.

서울시는 지하철 막차 시간 연장이 쉽지 않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중대재해법 시행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라서다. 서울시 도시교통실 관계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에 따라 정비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필요해졌다”며 “정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인력을 더 뽑자니 코로나19를 거치며 쌓인 서울교통공사의 1조가 넘는 적자 탓에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