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살·3살 형제 출생신고 못해 의료보험 혜택도 못 받아
제주경찰청, 사실혼 관계 30대 남녀 구속…가족관계법 개정 기대

사실혼 관계인 30대 부부로부터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1살·3살 형제가 아직도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제도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책임한 부모, 현실 외면한 법 때문 '무적자' 된 아이들
23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친자식을 유기하고 방임한 사실혼 관계에 있는 A(33)씨와 B(36·여)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2019년 10월 제주지역 한 산후조리원에 아들 C군을 유기하고 잠적했다.

A씨와 B씨는 당시 산후조리원 측이 경찰에 신고하자 C군을 데려와 A씨 어머니에게 맡긴 채 사라졌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3월 6일께 생후 3일 된 둘째 아들을 도내 또 다른 산후조리원에 버리고 사라졌다.

이들은 산후조리원이 약 두 달간 설득했음에도 자녀 양육 책임을 회피하고 경찰의 출석 요구에도 불응하다 지난 19일 경기도 평택에서 붙잡혔다.

둘째 아들은 사회복지시설에 맡겨졌다.

첫째 아들은 벌써 3살이고, 둘째 아들은 10개월이 됐다.

문제는 두 아이 모두 아직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건강보험을 포함한 각종 의료 혜택과 의무교육 등으로부터 배제됐다는 점이다.

B씨는 전남편과의 혼인 관계를 정리하지 않은 채 A씨와 사실혼 관계로 살면서 두 아이를 낳았고, 이로 인해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다.

민법 제844조를 보면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보며, 혼인 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

B씨는 지난 2월에야 전남편과 이혼했다.

민법상 두 아이는 친부인 A씨가 아닌 B씨 전 남편 호적에 오르게 된다.

물론, 두 아이와 친부의 관계를 바로잡고,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친모 B씨는 이를 위해 지난 3월 법원에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결국 재판을 포기했고, 해당 소송은 자동 폐기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와 B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등 당장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제주시는 두 아이에게 임시로 사회보장번호를 발급했지만, 공식적으로 이 아이들은 이름도 등록되지 않은 무등록 상태로 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해 관계 법령인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은 "국가 보호 범위의 최우선 순위에 놓여야 하는 아동이 출생신고를 못 해 의료 혜택이나 의무교육에서 배제된다면 이는 국가 제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부모 신고에 의존하는 현행 출생신고 제도는 한계가 많다"며 "법 개정을 통해 '분만에 관여한 자'도 출생신고 신청이 가능하게 해 우리 아이들의 출생부터 성장까지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