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길어지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물가 뛰고 성장률 꺾이는데 오미크론 변수까지…경기 우려 커져
3분기 우리나라 경제 성장세가 뚜렷하게 꺾인데다 물가는 치솟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까지 변수로 등장해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확인돼 오미크론발 불확실성은 더 확대되고 있다.

당장 올해 4%대 성장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회의적 전망이 늘어날 뿐 아니라, 경기는 가라앉는데 물가만 뛰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 확 꺾인 3분기 성장률…4분기 1% 넘게 성장해야 연 4%
한국은행은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분기 대비)이 0.3%로 집계됐다고 2일 발표했다.

지난 10월 26일 공개된 속보치와 같다.

지난 2분기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호조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충격에서 순조롭게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다.

분기별 성장률만 봐도, 코로나19 발생과 함께 작년 1분기(-1.3%)와 2분기(-3.2%)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3분기(2.2%), 4분기(1.1%), 올해 1분기(1.7%), 2분기(0.8%)까지 전 분기 대비 1% 안팎의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4차 유행과 공급 병목현상 등으로 3분기 성장률이 시장의 예상을 크게 밑도는 0.3%에 그치면서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경기 회복의 관건인 민간소비가 서비스(음식숙박, 오락문화 등)를 중심으로 0.2% 오히려 뒷걸음쳤고, 설비투자도 공급망 차질에 어려움을 겪은 운송장비(자동차 등) 위축의 영향으로 2.4%나 줄었다.

결국 남은 4분기 성장률이 1.03%에 이르러야 겨우 연간 4.0% 성장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세와 오미크론 변수까지 고려하면 4분기 성장률 1.03%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물가상승률 10년만에 최고…전망 수정 1주일 만에 한은도 '당혹'
경기는 식는데 물가는 갈수록 뛰고 있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109.41)는 1년 전보다 3.7% 올랐다.

2011년 12월(4.2%) 이후 거의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 강세의 영향을 받는 석유류 등 공업제품뿐 아니라 농축수산물, 집세와 외식 등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런 물가 급등 속도는 한은이 당황할 정도다.

한은은 통계청의 11월 물가동향이 발표된 이후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월 전망 수준(2.3%)을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불과 1주일 전인 지난달 25일 한은이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3%로 올려잡았는데, 11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 올해 실제 상승률이 수정 전망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의 국제유가 흐름, 유류세 인하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점차 둔화하겠으나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 확대, 공급 병목의 영향 등으로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오미크론 불확실성 길어지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성장과 물가가 모두 불안한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까지 등장하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길어질 경우,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타격이 예상보다 클 경우,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우려된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2022년 국내외 채권시장 전망과 투자전략 모색' 주제의 채권포럼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현재 언급되는 내용과 같이 치사율이 높지 않다면 금융시장은 기존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강화하며 중장기 금리 하락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이 물가 상승 폭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오미크론 변이 등장 이후 국제유가 상승세가 주춤해졌고 국내 소비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오미크론 변이 영향으로 내려간 국제유가가 시차를 두고 물가를 안정화할 수 있다"며 "유가가 지금처럼 70달러 정도로 유지되면 물가 상승률은 둔화할 여지가 있지만 겨울 한파 등으로 유가가 다시 오를 수 있기에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