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장에 권한 집중…"공개 때는 외압 가능성" 반론도
'위원회 천국' 공수처, 위원 명단은 대부분 비공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산하 위원회를 잇달아 설립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어떤 인물들이 위원을 맡고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아 각 위원회의 내부 견제와 권고 기능에 의문도 제기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사심의위원회와 행정심판위원회를 비롯한 7개 위원회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채 운영하고 있다.

공수처법에 규정된 인사위원회와 내부고발자 보호 규정상 구조심의위원회만 위원들을 공개했다.

반면 같은 독립기관에 속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경우 외부 위원 명단을 대부분 공개한다.

인권위 '2020 연간보고서'를 보면 자문위원회, 조정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등 위원들의 이름과 직책이 나와 있다.

경찰청도 수사심의위원회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검찰은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150∼250명의 위원 가운데 추첨을 통해 현안위원회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편파성을 방지할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공수처는 일부 위원회의 경우 위원들의 요청으로 비공개가 불가피했고, 수사와 관련된 위원회는 공개 시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원을 공개할 경우 외부의 압력을 받거나 유혹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수사의 밀행성을 위해서도 비공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위원회 천국' 공수처, 위원 명단은 대부분 비공개
그러나 또 다른 전문가들은 처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독립기관일수록 명단 공개를 통한 외부 감시가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는 사실상 '법무부-대검찰청-각급검찰청'이 합쳐진 구조의 독립 기관이니만큼 위원회가 상대적으로 많고 권한도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인권위는 연간보고서 기준 총 5가지 위원회(외부위원 중심)를 운영하고 있다.

검찰의 경우 수사심의위는 대검에, 공소심의위는 각 검찰청에, 영장심의위는 각 고등검찰청에 두고 있어 위원회가 분산되는 측면이 있다.

공수처는 명단을 비공개한 7개 위원회의 외부 위원을 전부 처장이 위촉하도록 하고 있다.

수사심의위와 공소심의위 등은 처장에게만 소집 권한을 주기도 했다.

한 공수처 수사심의위 위원은 "위원회는 사실상 처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라며 "편파적으로 구성되지 않으려면 명단 공개를 통해 외부 눈치를 보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도 "현재로선 '친공수처' 위원들을 중심으로 위촉하더라도 견제가 안 되고 전문성 등도 감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공수처는 자문위원회 위원을 비공개로 위촉했는데, 그중 1명이 인권위원을 겸직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 사임한 경우도 있었다.

비공개 기조가 지속될 경우 이러한 문제점들을 발견하기 힘들 수 있다.

일부 위원들이 자신을 공수처 위원회 소속이라고 밝히기 꺼린다는 점도 문제다.

외부 감시를 차단할 경우 책임감은 뒤따라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행심위 등은 공개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면서 "청탁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회의 경우 자격에 일정 기준을 만들어 놓고 비공개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공수처의 영장심의위나 공소심의위, 수사심의위 등은 '사법제도 등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덕망과 식견을 가진 사회 각계의 전문가' 등으로 자격 요건이 모호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