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당시 집에 대통령 부부 사진·靑 선물세트 진열도
경찰, 박영수 특검에 렌터카 제공 정황 포착
"수산업자, 주변에 '대통령과 아는 사이' 과시"(종합2보)
현직 부장검사·총경, 전현직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줬다고 폭로한 수산업자 김모(43·수감 중)씨가 100억원대 사기 과정에서 주변에 자신이 문재인 대통령과 안면이 있는 사이라고 말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김씨는 2017년 12월 30일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뒤 '선동 오징어'(선상에서 급랭한 오징어) 투자 사기를 벌일 당시 지인들을 집으로 불러 청와대 관련 물품을 보여주는 등 자신의 정계 인맥을 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아파트 거실에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 사진과 청와대 로고가 새겨진 술병·술잔 선물세트 등이 진열돼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 부부 사진에 김씨는 없었고, 사진과 청와대 선물세트 등의 출처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문 대통령과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떠벌렸고, 청와대 관련 물품을 보여주면서 신뢰를 얻으려 했다는 게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김씨의 직원들도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김씨의 실체를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2016년 1억원대 사기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출소한 뒤 2018년 4월부터 선동 오징어 매매 사업에 투자하면 수익을 돌려주겠다며 사기 행각을 벌이기 시작했다.

김씨는 피해자들에게 자신을 1천억원대 유산을 상속받고 경북 포항에서 어선 수십척과 풀빌라, 고가의 외제차량을 소유한 재력가로 소개했다.

실제로 피해자들을 만날 때 고가의 외제 차를 몰고 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자신을 포항에서 조선소를 운영한다거나 수산물 가공업체 운영자라고 소개했으나, 모두 실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직책을 맡아 활동했다는 각종 사회단체도 대부분 실체가 없거나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선동 오징어 사업 투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피해자 7명으로부터 총 116억2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피해자 중에는 86억5천만원을 사기당한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도 있다.

김씨에게 김 전 의원을 소개한 언론인 출신 A(59)씨는 김 전 의원 이외에 김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는 다른 인물을 소개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사기 혐의로 재구속됐을 당시 경찰에서 자신이 현직 부장검사, 총경급 경찰관, 전·현직 언론인 등을 소개받아 알고 지내며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경찰은 최근 부부장검사로 강등된 전 이모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직위해제된 전 포항 남부경찰서장,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금품 공여자인 김씨도 함께 입건됐다.

아울러 김씨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에 수입차 렌터카를 제공한 정황을 발견하고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입건된 이들 중 하나인 이모 전 부장검사도 박영수 특검팀에 파견됐던 경력이 있다.

연합뉴스는 박 특검 입장을 듣고자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