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만 국립중앙박물관 연구사 조사…"자개는 전복 가능성"
"고려나전향상 뼈대 재질은 일본산 삼나무"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고려시대 나전칠기인 '고려나전향상'(高麗螺鈿香箱)의 뼈대 재질이 일본에서 자생하는 삼나무일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박영만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 학예연구사는 "고려나전향상의 백골(옻칠하기 전 목기) 나무 종류는 삼나무로, 이는 일본에서만 자생한다"며 "일본과의 교역 관계를 짐작하게 하는 간접적인 증거자료로서 의미가 있다"고 1일 밝혔다.

나전향상 재료로 지목된 삼나무는 일본에서 건축 자재·가구 등에 사용한 특산 나무다.

백제 목제품 중에도 재료가 삼나무인 유물이 있어서 한반도와 일본 교류를 알려주는 사례로 거론돼 왔다.

그는 "조사한 목재 조각은 유물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며 "정확하게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내부보다는 몸체일 확률이 높다"고 추정했다.

이어 박 연구사는 나전(螺鈿, 조개껍데기를 표면에 감입하는 기법) 자개 재료가 야광조개 껍데기라는 견해가 있으나, 해부학적 특징을 보면 전복 껍데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자개로 활용되는 여러 조개를 추가로 조사하고, 적외선 분광 분석 등을 진행해야 나전향상 자개의 재료를 명확히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나전향상은 나전과 묘금(描金, 금을 입혀 장식하는 기법)으로 버드나무와 새를 표현한 향 상자로, 현존하는 고려 나전칠기 중에서도 장식 기법이 아름다운 유물로 꼽힌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신인 이왕가박물관은 고려 고분에서 출토된 나전향상을 1910년 일본인 아오키(靑木)로부터 구매했고, 이 유물은 1929년 조선총독부가 간행한 '조선고적도보'(朝鮮古蹟圖譜)에 사진이 실렸다.

그러나 매우 약했던 나전향상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700여 개 조각으로 분리됐고, 지금까지 복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이 2014년 자료 정리 과정에서 고려나전향상 발굴 당시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모사도를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2018년 재현품을 제작했다.

박 연구사가 이번에 같은 박물관 고수린 학예연구사, 김태하 학예연구원과 함께 고려나전향상을 분석한 결과는 국립중앙박물관이 펴내는 학술지 '박물관 보존과학'에 실렸다.

"고려나전향상 뼈대 재질은 일본산 삼나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