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도 근로감독 '액션' 들어간 경기도…노사정 반대 뚫을까
중앙정부의 근로감독 권한을 지방정부와 공유하자는 주장을 해온 경기도가 요구 관철을 위한 '액션 플랜' 가동에 들어갔다. 중앙정부의 소관부처인 고용노동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 등을 거론하며 '방패'를 꺼내 들자 이를 뚫어낼 '창' 개발에 나선 것이다. 지방정부 근로감독권은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이재명 지사의 지론인 만큼 향후 대선판에서 핫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24일 경기연구원에서 '지방정부의 근로감독권한 공유 협력모델 도입 및 효과성 연구' 착수보고회를 열었다고 25일 발표했다.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근로감독 권한을 지방정부와 공유해야 하는 당위성과 논리를 찾기 위한 연구용역 발주식인 셈이다. 해당 연구에는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건우 공공노무법인 노무사 등이 참여한다.

경기도는 지난 3월 이번 연구용역 발주 방안 등을 포함한 '산재예방 성과와 향후 추진 방향'을 주제로 한 기자회견도 열었다. 경기도는 전국적으로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는 만큼, 이를 면밀히 분석해 근로감독 업무 중 지방정부가 잘할 수 있는 업무 분야를 발굴해 '근로감독권 지방정부 공유' 추진의 모범사례를 도출하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지사는 그동안 "근로감독관 명칭을 노동경찰로 바꾸고 지방정부에도 감독권이 부여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 지사의 거듭된 주장과 함께 산업현장의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지난 17일에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당 산재예방태스크포스에 참석해 "근로감독권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유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 지사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유력 대선주자의 요청과 집권여당 대표의 호응에도 정부는 물론 노동계와 경영계가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소관부처인 고용부가 지자체 근로감독 공유 주장에 반대하는 이유는 △전국적인 통일·일관성 부족 △지자체의 전문성 결여 △ILO협약 위반 등 세 가지다.

경기도는 잇단 사고에도 중앙정부가 근로감독관 부족 문제를 호소하는 만큼 지자체가 이를 도와주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근로감독이 사인(私人) 간 권리의무관계를 규율하는 복잡한 노동법을 해석·적용·집행하는 업무라 전국적인 통일·일관성이 중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지역·시기 별로 다른 법 해석·적용이 이뤄지면 법적 안정성 저해도 우려된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노동계 대표격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원청과 하청 모두를 조사해야 하는데 지자체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경영계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지자체별 상이한 근로감독 집행으로 현장 혼란 부를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전문성 논란도 있다. 현재 고용부 근로감독관 채용은 고용노동직류(7·9급)로 별도채용하면서 시험 과목에 노동법이 포함돼있다. 고용부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근로감독 업무를 수행하며 나름의 전문성을 축적했지만, 지자체는 인력운용 특성상 순환보직 불가피하다는 점도 근로감독의 지자체 공유 논의가 본격화되면 뜨거운 논쟁을 부를 전망이다. 경총은 지난 13일 "비전문가가 감독 업무에 투입될 경우 일정 정도의 감독 수준 유지가 힘들어 기업은 물론 근로자에게도 불필요한 부담을 줄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ILO협약 위반 논란은 노동계에서 제기하는 사안이다. ILO 협약 제81호는 '근로감독은 중앙정부의 감독 및 관리 하에 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ILO권고 20호도 '근로감독관은 중앙정부의 직접적이고 배타적인 통제 아래 있어야 하고, 어떤 직무와 관련해서도 지방정부의 책임이나 통제 아래 두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유력 대선주자와 집권여당 대표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노사정의 반대 기류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 하반기 대선국면에서 이 지사가 해당 이슈에 얼마나 힘을 실을지도 중요 변수다. 정부와 노동계는 물론 산업현장에서는 '이재명표 근로감독'이 어떻게 현실화할지 주목하고 있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