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유명 가상화폐 거래소 사기 혐의 수사…고령층·주부 주로 피해
피해자들 "처음엔 미심쩍었지만 최근 코인 가격 상승에 의심 거둬"


"저희 어머니가 가짜 가상화폐에 빠져서 이미 노후자금 수천만원이 들어갔습니다.

어떻게 말려야 할까요?"
3배수익 보장한다더니 돌려막기…무너진 '가상화폐 대박'의 꿈
4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A 가상화폐 거래소 피해자 모임 카페에는 수익을 보장해 준다는 말에 큰돈을 투자했다는 이들의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한 피해자는 게시물을 통해 "어머니가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A 거래소를 소개받아 처음에는 600만원을 투자하더니 지금은 5천만원 가까운 돈이 들어가 있다"며 "말도 안 되는 사기니 당장 그만두라고 말렸지만, 어머니는 그럴 리 없다며 되려 거래소 편만 들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A 가상화폐 거래소는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회원 1명당 최소 600만원 짜리 계좌 1개를 개설토록 해 4만여 명으로부터 1조7천억원 가량을 건네받은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들은 수개월 내에 계좌 1개당 투자금의 3배인 1천800만원의 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다른 회원을 유치할 경우 120만원의 소개비를 지급했고, 새 회원에게 받은 돈을 기존 회원에게 주는 '돌려막기' 수법으로 투자자들의 믿음을 샀다.

여기까지 보면 전형적인 투자사기의 유형이다.

그러나 여기에 가상화폐라는 개념이 추가되니 사정이 달라졌다.

A 거래소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시중 거래소에서 유통되고 있는 가상화폐도 거래할 수 있다며 신뢰를 쌓은 뒤 수익금을 지급할 때는 자체적으로 만든 B 가상화폐를 지급하며 투자를 유도했다.

아직은 상장 전이지만 미리 사두면 향후 몇 배, 몇십 배 오를 수 있다고 꼬드겼다.

피해자들은 주로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고령자와 주부 등에 집중됐다.

이들은 언론 등을 통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폭등세를 접하며 A 거래소에 대해 믿음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한 피해자는 "계좌를 늘릴 때마다 배당금을 준다는 소리를 듣고 처음에는 사기를 의심했으나 최근 코인 가격이 폭등하는 것을 보고 의심을 거뒀다"며 "남들은 돈을 엄청나게 벌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인데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금리를 지나치게 넘어서는 수익을 확정적으로 보장하고 투자자 유치를 할 때마다 소개료를 지급하는 등의 형태는 전형적인 투자 사기 수법"이라며 "최근 가상화폐의 거래가 늘면서 이를 빌미로 한 사기 행각이 늘고 있으니 주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서울 강남의 A 거래소 본사와 임직원 자택 등 22곳을 압수수색 하는 등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