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안줬다"…법원, 김재현에 "스텝 꼬였다" 지적
옵티머스 대표·이사, '금감원 뒷돈' 재판서 책임전가
펀드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김재현 대표와 전 이사인 윤석호 변호사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서로 책임을 전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윤모(62) 전 금융감독원 국장의 첫 공판을 열어 김 대표와 옵티머스 전 이사인 윤석호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윤 전 국장은 현직이었던 2018∼2019년 금융계 인사를 소개해주는 등의 명목으로 자산운용사 등으로부터 모두 4천7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 중 2천만원은 옵티머스 측에서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윤 변호사는 2018년 4월 평소 친분이 있던 윤 전 국장을 김 대표에게 소개했고, 윤 전 국장은 김 대표와 윤 변호사를 시중 은행들의 임원들에게 소개했다.

며칠 뒤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동열 이사는 윤 전 국장에게 돈을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대표와 윤 변호사는 이 이사가 돈을 보내게 된 경위를 놓고 엇갈린 진술을 했다.

윤 변호사는 윤 전 국장이 김 대표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고, 자산운용사 대표 명의로 돈을 보내면 문제가 될 수 있어 이 이사가 대신 돈을 보냈다는 사실을 이 이사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윤 변호사는 김 대표에게 사과하고 "(윤 전 국장에게) 채무를 독촉해 보겠다"고 말했지만, 금감원 간부와 관계가 틀어질 것을 우려한 김 대표가 만류해 채무를 독촉하거나 이자를 받지 않았으며 차용증도 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윤 전 국장이 돈을 빌려달라고 말한 데 불만을 품고 윤 변호사에게 화를 내며 "네가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 이사가 윤 전 국장에게 돈을 보낸 이유에 대해 "윤 변호사와 이 이사는 서로 형제 같은 사이이고, 윤 변호사는 자기 계좌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대신 보내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 대표의 증언에 대해 "본인의 돈을 빌려준 것도 아니면서 윤 변호사에게 화를 낼 필요가 있었냐", "조직 대표로서 도움을 받은 사람이 돈을 빌려달라는데 부하에게 '알아서 하라'고만 했냐" 등 모순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김 대표의 증언을 듣는 도중 "이해가 안 간다"며 "증인 말에 스텝이 많이 꼬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