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문모씨(27)는 지난해 3월 ‘월변, 급전, 일수’라고 적힌 명함을 보고 급한 마음에 한 사채업자에게 전화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장이 임시 휴업하면서 생활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문씨는 200만원을 빌리면서 52일 동안 260만원의 이자를 주기로 약속했다.
연 이자율 400% 불법사채 기대는 '코로나 빈민'
사채업자는 공증비용 10%에 당일 일수금액 5만원을 제외한 175만원을 배우자 계좌로 입금했다. 문씨는 43일간 195만원을 갚았지만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한국대부금융협회에 협조를 요청했다. 협회가 판단한 문씨의 이자율은 법정 최고금리(연 24.0%)를 훌쩍 뛰어넘은 연 199.7%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의 불법 사채 피해 신고가 지난해보다 세 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급전이 필요하지만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불법 사금융에 손을 벌렸다가 피해를 본 사람이 폭증한 탓이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영향으로 대부업체들이 신규 신용대출을 중단하면서 불법 사금융 피해가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1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불법사채업자들이 받아낸 연환산 평균이자율은 2019년 145%에서 지난해 401%로 세 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가 피해자와 사법기관에서 의뢰받은 5160건의 불법 사채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피해자들의 평균 대출금은 992만원, 거래기간은 64일로 집계됐다.

대부금융협회가 파악한 불법 사채 거래는 5160건으로 2019년(1048건)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사법기관의 협조 의뢰는 3470건으로 2019년(345건)의 열 배에 달했다. 피해자의 직접 신고도 703건에서 1690건으로 급증했다.

피해를 호소한 사채 거래는 급전대출(신용)이 483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2019년(788건)과 비교해서도 여섯 배 늘어난 수치다. 협회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대부업계가 돈줄을 조인 데다 코로나19로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증가하면서 불법 사금융에서라도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부업계는 법정 최고금리가 잇달아 인하되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입자 저신용자 신용대출을 계속 줄이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는 2002년부터 7차례 인하됐다. 올해 하반기에는 연 24.0%에서 20.0%로 추가 인하될 예정이다. 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하는 대부업체들은 자금 조달 원가를 고려하면 연 20%대 금리로는 신용대출을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부업체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자들이 결국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대부업체의 신용대출 잔액은 7조9000억원으로 2019년 말에 비해 11.9% 줄었다.

미등록 대부업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법정 최고금리 제한 규정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해당해 가중 처벌된다.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 불법 사채업자가 연 6% 이상의 이자율을 받으면 6% 초과분을 무효화하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