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수사 논란 속 입시비리 모두 유죄…판결 파장 클 듯
'檢 판정승' 귀결된 정경심 재판…尹 재판에 변수 될까
입시비리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으면서 1년 4개월간 지속해온 법정 다툼이 검찰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정 교수에 대한 수사는 정부와 여권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과잉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해온 터라 이번 판결의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檢 판정승' 귀결된 정경심 재판…尹 재판에 변수 될까
◇ '무리한 기소' 논란 낳은 수사…결과는 유죄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이날 정 교수의 15개 혐의 중 증거인멸 등 일부는 무죄로 봤지만, 입시비리 관련 혐의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정 교수 딸의 입시 과정에서 제출된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단국대의과학연구소 체험활동 확인서 등을 모두 가짜라고 본 것이다.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비리 의혹은 문재인 정부가 내걸었던 '공정성'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수사 초기부터 큰 논란이 됐다.

이는 검찰의 과잉 수사 논란을 불러온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검찰이 지난해 9월 6일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의 공소시효가 임박했다는 이유로 정 교수를 소환조사도 하지 않고 전격 기소했기 때문이다.

당시 조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 내정자 신분으로 청문회에 참석하던 중이었다.

소환조사 없는 기소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검찰로서는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전례를 찾기 어려운 과잉수사라는 반발도 컸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날 정 교수의 입시 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결하면서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은 빛을 잃게 됐다.

오히려 당시 검찰이 소환조사를 이유로 공소시효를 넘겼다면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된 셈이다.

재판부는 "모든 확인서가 허위"라며 "정 교수는 자기소개서와 표창장을 의학전문대학원 등에 제출하는 데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입시비리 관련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정 교수 측은 입시 비리 혐의에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최종 결론이 바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전체 판결에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특히 입시비리 관련 부분에 대해 수사 과정부터 저희가 싸우고자 했던 예단과 추측들이 선고에서도 선입견과 함께 반복됐다"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檢 판정승' 귀결된 정경심 재판…尹 재판에 변수 될까
◇ '과잉수사' 비판 동력 잃어…尹 재판에도 영향 미칠까
정 교수에 대한 수사는 윤 총장이 여권과 척지게 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권이 정 교수에 대한 수사를 과잉수사로 규정하고 검찰개혁의 불쏘시개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정부와 여권에 뼈 아픈 일격이 될 수 있다.

이번 판결로 과잉·표적수사 비판이 역풍을 맞아 검찰개혁의 명분을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윤 총장을 압박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정부와 여권의 입지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 윤 총장의 징계 추진 과정에서 잠재됐던 검찰 내 반발 목소리도 다시 커질 수 있다.

여권에서 검찰을 개혁 대상으로 내모는 결정적인 구실로 삼았던 사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당장 24일 2차 심문을 앞둔 윤 총장의 정직 처분 집행정지 재판에서 징계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논리로 등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윤 총장 측은 검사징계위원회 심의와 집행정지 재판 과정에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와 원전 수사 등이 정부의 압박을 부른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22일 집행정지 1차 심문이 끝난 뒤 "정부 의사에 반하는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내칠 수 있다면 그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형해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팀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이 사건을 국민들께서 지켜보고 있는 것을 잘 알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와 공판에 임하고 있다"는 짤막한 입장을 내놓았다.

'檢 판정승' 귀결된 정경심 재판…尹 재판에 변수 될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