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딛고 보수 재건 노력…재보선 '원팀' 승리 과제

국민의힘은 2020년 김종인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당 재건의 밑돌을 쌓았다.

탄핵 사태와 총선 참패에도 자중지란에 빠져 궤멸 직전까지 내몰렸던 당은 비대위 체제 출범을 계기로 분위기를 쇄신하고 정권 교체 도전을 위한 기틀을 재정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종인 비대위는 총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인 지난 5월 말 탄생했다.

180석 거대 여당의 등장에 당내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던 미래통합당이 논란 끝에 내놓은 자구책이었다.

사령탑에 오른 김 위원장은 "진보, 보수라는 말 쓰지 말라"는 취임 일성과 함께 탈이념과 실용을 기치로 당 혁신의 깃발을 들었다.

그는 자신이 전매특허를 가진 경제민주화의 가치를 새 정강·정책에 이식하고, 그 1호 정책으로 기본소득을 앞세웠다.

'약자와의 동행'도 거듭 강조했다.

당 간판을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꾸고, 당 색깔도 핑크 하나에서 빨강, 파랑, 하양 등으로 다양화해 과거의 이미지를 지웠다.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지역이 수해를 입었을 때는 민주당보다 발 빠르게 현장을 찾아 허를 찌르기도 했다.

특히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국민의힘 계열 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추모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문을 낭독함으로써 호남을 홀대했던 과거와 결별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확장 재정에 의한 추경과 재난지원금 지급, 공정경제 3법과 노동관계법 동시 처리 등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면서 판을 흔들기도 했다.

'아스팔트 보수'와 선 긋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김 위원장은 당내 반발에도 불구, 구속 수감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주홍글씨처럼 남은 '적폐 정당'의 꼬리표를 떼어내고 중도층 지지를 흡수해 재보선 승리를 노리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됐다.

김종인 비대위의 7개월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처음 참석한 의원총회에서 "시비 걸지 말고 협력해달라"고 당부했지만, 기대했던 '원팀'은 요원했다.

옛 당권파 인사들은 당내 기반이 취약한 '시한부 비대위'의 외연 확장 시도를 기존 가치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이고 '흔들기' 시도를 반복했다.

금세 잦아들기는 했지만, 한때 조기 전대 요구까지 분출했다.

김 위원장이 두 전직 대통령과 관련해 국민에 사과하겠다고 밝혔을 때는 "스스로 낙인찍기", "무책임한 뜨내기"라는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다만, 20%대 박스권에 갇혀 있던 당 지지율은 상승 곡선을 타는 추세다.

탄핵 사태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에 앞선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여권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김 위원장의 혁신 노력도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다는 자평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계기로 당 개조와 인적 쇄신을 약속한 만큼 그의 '마이웨이'는 여전히 반대파와 스파크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다.

김종인 비대위는 내년 4월 재보선 첫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

그의 정치적 운명도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른다.

[결산2020]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 7개월…광주 찾고 탄핵 사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