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대 연구진, 전주 확진자 감염 경로 조사

현행 2m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사진=게티이미지
이주형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은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조사 시스템으로 지난 6월 17일 전주시 확진자의 감염 경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조사 대상인 전주시 확진자 A 씨는 지난 6월 16일 최초 증상을 나타냈고 다음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연구팀은 코로나19의 잠복기를 고려해 A 씨가 같은 달 2일과 15일 사이에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A 씨는 해외나 전주시 이외의 국내 지역 여행 이력이 없었다. 전주시에서는 직전 2주 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A 씨가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경우는 전주시를 방문한 대전 확진자 B 씨와 같은 식당에 머물렀던 순간 뿐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B 씨가 A 씨의 감염원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폐쇄회로(CC)TV 확인결과, A 씨 일행은 6월 12일 오후 4시에 식당을 방문했다. B 씨 일행은 오후 5시15분에 식당에 들어왔다. A 씨 일행은 B 씨 일행으로부터 6.5m 떨어진 거리에 앉아있었고, B 씨 일행이 식당에 입장한 5분 뒤인 오후 5시 20분에 식당을 나갔다.
B 씨는 식당에 머무는 동안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손님 11명 및 직원 2명과 밀접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13명을 추가 검사한 결과 B 일행으로부터 4.8m 떨어진 채로 식당에 21분 머무른 C 씨도 같은달 2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식당에는 창문이나 환기 시스템 없이 출입문만 두 개가 있었다. 천장에는 에어컨 두 개가 가동되고 있었는데, A 씨와 B 씨 사이의 공기 흐름은 초속 1.0m, B 씨와 C 씨 사이는 1.2m였다. 연구팀은 이 사례가 실내 공기 흐름으로 인해 감염자의 비말이 2m보다 먼 거리를 넘어 전달됐을 가능성을 나타낸다고 봤다.
실제로 B 씨와 더 가까운 곳에서 오래 머물렀던 식당의 다른 손님들은 감염되지 않았던 만큼, 공기 흐름 경로나 감염자와 마주 보는 방향으로 앉았는지 여부가 추가 감염 가능성을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자가격리자나 검사대상자에 '밀접접촉자'만 포함하는 방식을 바꾸고, 실내시설 조사 시에는 좌석 배치와 냉·난방기 위치 및 바람 방향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내 식당이나 카페에서 테이블 간 1~2m가 넘는 거리두기를 시행해야 한다"며 "공기의 흐름에 따라 바람 칸막이를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분석 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 호에 게재됐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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