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에 무너진 'ASF 울타리' 20일 지나도록 복구는 '감감'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망 구멍…태풍 '바비' 북상에 추가 피해 우려

강원 지자체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해 설치한 울타리 일부가 이달 초 집중 호우로 무너져내렸지만 20여 일이 지나도록 곳곳이 방치돼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

게다가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 '바비'의 북상으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철원군 근남면 육단리 수피령로를 둘러보면 인근 야산을 따라 길게 설치된 울타리를 볼 수 있다.

이는 ASF 감염 멧돼지가 발견된 곳 주변 등에 국지적으로 설치하는 2차 울타리로 차단 방역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26일 수피령로를 찾아가니 울타리 곳곳이 무너지고 주저앉거나 기울어져 있었다.

일부는 임시 철조망이 설치됐지만, 야생멧돼지를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이곳은 지난 3일 집중 호우로 도로 일부가 유실되면서 울타리도 함께 피해를 봤다.

20일이 넘도록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육단리 인근 야산에서는 지난 13일과 18일 ASF 양성 야생멧돼지 사체 2개체가 발견됐다.

멧돼지가 하루 15㎞를 이동할 수 있기에 해당 개체와 접촉한 야생멧돼지가 무너진 울타리를 통해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주민 황모(63)씨는 "끊어진 울타리에 철조망을 놓긴 했지만, 멧돼지를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울타리 때문에 밭을 망치는 멧돼지가 많이 줄었는데 다시 내려올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화천과 춘천을 잇는 부다리터널 인근 울타리도 절개지 사면 붕괴로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이달 24일까지 도내 야생 멧돼지 ASF 발생은 모두 328건이다.

대부분 민통선 밖에서 확인됐다.

이번 장마에 ASF가 크게 늘지 않았지만, 영서 내륙이 제8호 태풍 '바비'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보되면서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긴 장마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강풍과 호우가 집중되면 울타리가 추가로 파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각 시군은 보수가 시급한 곳을 찾아 빠르게 조치할 계획이다.

한편 환경부는 이달 집중호우로 인한 강원도 내 광역울타리 피해를 총 114건으로 집계했다.

이 중 110건은 복구를 마쳤고 나머지 4건은 태풍이 지나가는 대로 복구에 나설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