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보건당국이 집단 휴진을 선언한 의료계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의료계가 이를 거부하면서다.

보건복지부는 5일 “대한의사협회에 대화를 제의했으나 만남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발표했다. 당초 복지부는 의료계와 함께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꾸리고 올해 말까지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의사협회는 “복지부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의료정책과 관련해 국무총리실에 직접 협의를 요청했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의대 입학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총 4000명 늘리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정부는 지역 의료기관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역학조사관 등 특수분야, 바이오헬스산업 등 의과학 분야로 의사들이 분산되도록 하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내놨다. 국내 의사 면허자는 13만 명, 활동 의사는 10만 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맞추려면 활동 의사 6만 명 정도가 부족한 것으로 보건당국은 파악했다.

의료계는 집단 휴진을 예고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병원에서 수련받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는 7일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서도 환자를 보지 않기로 했다. 다만 대학병원 등이 포함된 대한병원협회는 의사 증원에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중·대형 병원은 대부분 정상 진료한다. 동네의원 등이 주축인 대한의사협회는 12일까지 정부가 만족할 만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14일 하루 문을 닫기로 했다.

의사들은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도입에 반대해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을 했다. 2000년에는 정부가 의료법에 따라 진료 명령을 발동했다. 이를 따르지 않은 의사는 형사처벌했다. 복지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 진료명령 등 강제적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의료계의 집단행동 과정에서 혹시 불법적인 요소가 발생한다면 법과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