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무소 잘못으로 주민번호 2개…소송 끝에 신분 찾은 20대
행정기관의 잘못으로 20년 넘게 2개의 불완전한 주민등록번호와 성(姓)을 갖고 살아온 사람이 행정소송 끝에 신분을 찾게 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A씨가 "주민등록번호 부여와 주민등록증 교부를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한 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1993년 태어난 A씨는 출생신고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숫자 7개를 받지 못했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나오지 않은 이유는 이후로도 밝혀지지 않았다.

A씨의 어머니는 이혼 후 재혼하면서 1997년 A씨를 새아버지 성으로 다시 출생신고를 했다.

이 과정에서 두 번째 주민등록번호가 나왔으나 이번에는 이미 어머니 호적에 A씨가 첫 번째 성으로 등재돼 있다는 이유로 관할 법원에서 출생신고를 반려했다.

결국 A씨는 6자리만 있는 첫 번째 주민등록번호, 출생신고나 가족관계 등록이 이뤄지지 않은 두 번째 주민등록번호와 두 개의 성을 동시에 보유하게 됐고, 두 번째 주민등록번호와 성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이후 A씨는 온전한 신분을 찾기 위해 2018년 첫 번째 주민등록번호에 뒷자리를 부여하고 두 번째 주민등록번호가 찍힌 주민등록증을 회수하라고 신청했으나 관할 구청이 이를 거부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A씨는 "관할 행정청인 동사무소가 두 번째 성에 대한 주민등록번호 삭제 조치를 하지 않아 두 개의 신분을 갖게 됐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A씨의 두 번째 성은 법원에서 출생신고 서류를 반려했으므로 관련 법에 따라 주민등록이 정정 또는 말소돼야 하는 사안임에도 이뤄지지 못했다"며 관할 동사무소의 잘못을 인정했다.

이어 "비록 A씨가 두 번째 성으로 법률관계를 형성했더라도 주민등록 제도를 관할하는 행정청과의 관계에서 A씨가 불이익을 부담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