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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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에 사는 박모씨(33)는 최근 단골 미용실로부터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아동돌봄쿠폰으로 이용 요금을 결제할 수 있으니 아이는 물론 부모도 미용실을 많이 찾아 달라’는 단체 메시지였다. 박씨는 “미용실에서 이런식으로 마케팅을 하는 걸 보니 '아동돌봄쿠폰이 사용 취지에 맞게 활용되고 있나'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동돌봄쿠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위축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아동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정부는 1조539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만 7세 미만 아동이 있는 209만 가구에 아동 1인당 40만원의 지원금을 지난 13일부터 지급하고 있다. 아이행복카드와 국민행복카드 등 정부지원카드에 포인트 형식으로 넣어주기 때문에 카드만 있으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부모가 돌봄포인트를 양육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은 문제"라는 목소리가 있다. 돌봄포인트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유흥업소 등에서는 사용이 제한되지만 미용실이나 안경점, 편의점 등에서는 사용이 가능하다. 돌봄포인트를 미용실에서 부모의 꾸밈 비용을 지불하는 데 사용해도 되고, 편의점이나 동네 마트에서 주류를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용처에 제한이 있을 뿐 구매 품목이나 이용 대상이 누구인지는 일일이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돌봄포인트의 사용 윤리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 지역 한 커뮤니티에는 "돌봄포인트로 네일숍 결제가 안 돼 아쉽다거나, 대형마트에서도 사용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볼 때마다 헛웃음이 나온다"며 "세금으로 받은 지원금인 만큼 도입 취지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네일숍은 미용실과 달리 위생업종으로 분류돼 돌봄포인트를 쓸 수 없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이 커뮤니티의 다른 회원은 "조건을 만족해 받은 지원금이니 사용처는 개인의 자유"라고 했다. "지역상권을 살린다는 취지도 있으므로 지원금을 사용하는 목적이 꼭 육아일 이유는 없다" "돌봄포인트를 부모를 위해 쓴다고 해도 그 만큼 아낀 가계 예산이 아이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이를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돌봄포인트 사용이 허용된 업종에서도 매장마다 사용 가능 여부가 달라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라고 해도 가맹점은 포인트를 쓸 수 있지만 직영점은 안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사이에선 "매장마다 돌봄포인트 사용이 가능한지 미리 알아보고 가야하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출생일이 한 달여 빨라 지원금을 받지 못한 부모들의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아동돌봄쿠폰 지원 대상은 2013년 4월생까지다. 같은 나이지만 1~3월생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시점을 기준으로 지급 대상을 나누다보니 벌어진 일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