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여대 교수들이 이달 초 온라인 강의에 필요한 동영상 촬영, 편집, 압축 등 제작 과정에 대해 교육받고 있다.  경인여대 제공
경인여대 교수들이 이달 초 온라인 강의에 필요한 동영상 촬영, 편집, 압축 등 제작 과정에 대해 교육받고 있다. 경인여대 제공
지난 16일 국내 대학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강을 연기하고 온라인 강의를 시작했다. 비대면 교육의 실험장이 된 대학가는 온라인 개강 첫날부터 혼란스러웠다. 수강생들은 서버 접속 지연과 다운, 불량 화질 및 음성에 대한 불만을 종일 쏟아냈다.

경인여대 비서행정과 3학년 문가영 씨(21)는 같은 날 오전 온라인 강의를 듣기 위해 ‘경인 학습관리시스템(LMS) 플랫폼’에 접속했다. SNS를 통해 다른 대학들의 상황을 알고 있어서 오전 수업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씨는 “우려와 달리 수강 신청한 과목의 온라인 수업을 모두 정상적으로 소화했다”며 “서버 다운이나 끊김이 없고, 교수님 강의 모습에 대한 촬영 각도가 자연스러워 놀랐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온라인 개강 준비를 어떻게 한 것일까.

서버 확충하고 인터넷 속도 높여

‘경인 LMS 플랫폼’ 접속 화면.  경인여대 홈페이지 캡처
‘경인 LMS 플랫폼’ 접속 화면. 경인여대 홈페이지 캡처
2018년 8월. 경인여대는 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6개 학과 4700여 명의 학생이 온라인 강좌를 시청할 수 있도록 서버 용량을 대폭 확충했다. 인터넷 접속 속도는 500Mbps에서 1Gbps로 끌어올렸다. 온라인 강의 접속, 질의응답, 댓글, 강의평가, 출석 확인 등 모든 과정을 컨트롤하는 ‘경인 LMS 플랫폼’은 올해 1월 개발을 마쳤다.

대학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져 온라인 강의 비중을 확대하는 게 세계 교육의 흐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온라인 개강을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선투자해 구축해 놓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덕분에 온라인 수업 시즌을 무사히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학이 LMS 플랫폼 환경을 강화한 이유는 학사학위 전공심화 과정과 평생교육원에 다니는 시민들을 위한 목적도 있었다. 2~3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4년제 학사학위 취득을 위해 주경야독하는 직장인에게 좀 더 많은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학생들과 동영상 제작에 나선 교수들

 류화선 총장
류화선 총장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기 위해 선결해야 할 문제는 교수들의 영상 제작 능력이었다. 인터넷 활용에 어두운 일부 중·장년 교수에게 동영상 촬영, 화질과 음성의 고도화, 편집과 압축 등은 너무 어려운 기술이었다.

경인여대 영상방송과 학생 16명이 나섰다. 학생들은 8개 팀을 구성해 동영상 제작도구 활용, 교육콘텐츠 제작 방법, LMS 시스템 사용법 등 온라인 강의에 필요한 기술을 교수에게 설명하고 영상도 함께 제작했다. 장은주 교무처장은 “인터넷, 온라인, 정보통신 같은 단어에 거부감을 보였던 중·장년 교수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1250개의 1학기 강좌가 온라인 영상물로 재탄생했다”고 말했다.

경인여대는 LMS 플랫폼 기능을 확대해 해외 대학과 학점 연계 수업에 활용하기로 했다. 다국어 버전으로 개발해 해외 20개 대학과 맺은 공동학위제를 활성화시켜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다.

류화선 총장은 “온라인 개강은 정보통신기술과 오프라인 교육을 융합하는 기회가 됐다”며 “학생 교수 직원 등 대학 구성원 모두가 온라인 강의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