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작년 한해 속도위반, 신호위반 등 도로교통법 위반 단속으로 국민에 부과한 과태료가 사상 최대 규모인 7892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한해 부과한 교통단속 범칙금을 합치면 8868억원규모다. 작년 한해 과태료·범칙금 부과 건수는 총 1768만건이다. 경찰이 하루 평균 4만8000건, 24억원씩 ‘교통법규 위반 딱지’를 발급했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특히 과태료 단속에 쓰이는 경찰의 무인단속카메라가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8982대 가량 설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속장비 1대당 연간 과태료를 8700만원 가량을 부과한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무인단속카메라
무인단속카메라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경찰이 부과한 과태료 규모는 총 7892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5.7% 늘어난 수치이지만 5년 전에 비하면 44.4% 급증한 것이다. 최근 6년간 과태료 부과 규모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까지는 연간 5000억원대를 유지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해인 2017년부터 7000억원대로 크게 뛰었다. 과태료 부과 건수로도 작년 한해 1518만건을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6년까진 연간 1000만~1100만건을 보이던 부과 건수는 2017년들어 1400만건으로 급증했다.

작년 부과한 과태료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속도위반’이 전체 74.1%(5850억원)를 차지했고, 신호위반이 21.3%(1683억원), 끼어들기나 꼬리물기, 중앙선 침범 등 기타 유형이 4.5%(359억원)를 각각 기록했다. 특시 속도위반 과태료의 경우 2016년 3775억원 규모에서 2017년 5334억원으로 한해 41%나 규모가 급증한 이후 계속 '우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작년 한해 경찰이 부과한 범칙금 규모는 976억원, 250만건으로 전년(963억원, 241만건)보다 소폭 상승했다. 범칙금 부과 유형별로는 신호위반, 안전띠, 과속, 중앙선침범 등 순으로 많았다. 과태료는 통상 무인카메라로만 단속되며 운전자에게 벌점이 부과되지 않는 반면, 범칙금은 경찰관이 직접 단속하며, 벌점이 부과된다는 차이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동차 등록대수와 무인단속 카메라 설치가 늘었고,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사후 적발에서 예방쪽으로 정책이 강화되면서 과태료 부과가 늘어난 것”이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공익신고가 2015년(65만5291건)보다 지난해 두 배 넘게 늘어난 것(134만5842건)도 과태료가 늘어난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법칙금은 중앙선 침범, 불법 유턴 등 중대안 사안 위주로만 단속하면서 크게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국 무인단속카메라 설치대수는 매해 늘어나고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8982대 가량이다. 작년 한해 7900억원 가량의 과태료가 부과됐기 때문에 무인카메라 1대당 연간 87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계산도 가능한 것이다.

일각에선 경찰이 정부의 세수 부족을 메우기위해 무리하게 단속해 서민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이 부과해 수납한 과태료와 범칙금은 전액 국가의 세외 수입금으로 잡혀 국고에 납입된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운전자 대다수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이나 네비게이션을 통해 속도위반 단속에 대비하고 있음에도 과태료 부과가 급증했다는 점에서 합리적 의심이 생길 수 있다”며 “사고예방 목적이 아닌 ‘목표량 채우기’식 경찰 단속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직 경찰고위 간부는 “교통사고 사망사건이 많이 발생한 일부 경찰서에서 교통법규 단속을 독려하는 사례는 있겠지만, 국가 재정을 고려해 일부러 단속을 늘리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직 경찰간부도 “교통 사망사고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무인단속장비를 늘려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말 경찰의 연간 과태료, 범칙금 부과 규모가 9000억원대를 돌파해 내년엔 1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시내 주요 도로의 경우 시속 60km에서 시속 50km로, 중앙선이 없는 이면도로 등은 시속 30km 아래로 과속 기준이 강화되면서 과태료 부과 규모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김순신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