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800∼900마리인데 올해 1천마리 이상
경남 찾은 독수리 증가…돼지열병에 경기 등 먹이주기 중단 여파
올해 월동지로 경남을 찾은 독수리가 예년보다 100여마리 이상 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경기 등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해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1호) 먹이 주기를 중단하면서 굶주린 독수리가 남쪽까지 날아들어서다.

해마다 겨울이면 독수리 2천여마리 몽골을 떠나 우리나라로 날아왔다가 이듬해 이른 봄 이동한다.

경남에는 보통 독수리 800∼900마리가 날아드는데, 올해는 1천마리 이상이 내려온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최대 독수리 월동지인 고성에는 500∼600마리 독수리가 머무르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고성지회 등 동물보호단체는 이렇게 내려온 독수리들에게 소기름, 닭고기 등을 먹이로 준다.

먹이 주기가 끝난 다음엔 ASF 방역을 위해 소독을 한다.

올해 독수리들은 겨울나기가 유독 혹독하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말 조류협회 등에 독수리 먹이 주기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독수리가 죽은 멧돼지 등을 먹이로 삼아 ASF 확산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때문이다.

조류협회 고성지회는 매년 10월 말 시작하는 독수리 먹이 주기를 미루다가 지난해 11월 중순에 재개했다.

강원·경기 등지에서도 최근 닭고기 등을 먹이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조류협회는 대안 없이 먹이 주기를 중단하는 게 독수리 떼 이탈을 야기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굶주린 독수리들이 양돈 농가로 흩어져 농가에 피해를 주고 ASF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먹이를 얻지 못한 독수리들이 남쪽을 향하면서 일찍이 먹이 주기를 재개한 경남 고성 월동지에는 독수리 개체 수가 늘었다.

원래 경남에는 서열에 밀려 계속 이동한 1∼2살짜리 어린 독수리가 많았는데, 올해는 7∼8살 남짓 다 큰 독수리까지 찾았다.

경남 찾은 독수리 증가…돼지열병에 경기 등 먹이주기 중단 여파
굶주린 독수리들이 남쪽까지 내려오다 죽기도 한다.

거제에서는 지난 14일·15일 연달아 독수리 폐사체가 발견됐다.

조류협회와 경남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들 독수리가 먹이가 없어 이동하다가 탈진해 죽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덕성 조류협회 고성지회장은 "월동지에서 먹이를 주면서 안전하게 독수리를 보호하는 게 모든 면에서 나을 것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