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대유행(판데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내 감염 환자가 1만명을 넘어섰고 국내에선 3차 감염 환자가 나왔다.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은 중국으로 통하는 하늘길을 차단하면서 입국금지 등 사전 방역조치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대유행'으로 번지나

1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누적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하루새 확진자가 2102명 늘면서 총 1만1791명을 기록했다. 사망자는 46명 늘어난 259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수는 이미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넘어섰다. 2003년 중국 광둥성에서 발생해 홍콩 등 전세계에 퍼졌던 사스의 확진 환자는 8098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한 달여 만에 사스의 확산 규모를 훌쩍 넘어선 셈이다. 다만 사스는 774명이 사망해 피해 규모가 더욱 컸다.

확산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세계적 대유행 상황인 판데믹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날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이미 병이 확산한 상황에서 이뤄진 뒷북 대응으로 비난을 샀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국들은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독감이 유행해 큰 피해를 입은 미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도 6명 나왔다. 그러자 미 국무부는 아예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최근 2주 사이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잠정 금지하는 조치다. 델타항공과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3대 항공사는 모두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프랑스의 에어프랑스와 독일 루프트한자, 영국 브리티시항공 등 유럽 주요 항공사들도 중국으로의 운항을 일시 중단하거나 감축한 상태다. 이탈리아 또한 첫 확진자가 발생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직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중미의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카리브해 트리니다드토바고 또한 중국발 여행객의 자국 입국 금지라는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지역사회 전파 '공포'

국내에선 3차 감염자가 등장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내 감염자는 전날 기준 11명으로 하루 만에 5명이 늘었다. 이 가운데는 국내 첫 3차 감염 사례도 있다. 3번 환자와 식사를 해 감염된 6번 환자가 부인과 아들에게도 병을 옮겼다. 다행히 딸 부부는 음성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병을 급속히 확산시키는 '슈퍼 전파자'가 등장한 게 아니냐는 공포가 번지고 있다. 3번 환자와 6번 환자가 접촉한 지 열흘도 안 된 시점에서 6번 환자의 가족 중 2명이 확진판정을 받아서다. 잠복기 2주를 고려해 예상했던 전파 속도보다 훨씬 빠른 셈이다.

슈퍼 전파자는 전파력이 강한 감염병 환자를 말한다. 호흡기바이러스 감염병의 슈퍼 전파자는 통상 기침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 심한 게 특징이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엔 슈퍼 전파자 5명이 전체 감염자 186명 가운데 82.3%인 153명의 감염자를 만들어냈다. 특히 병원 안에서 2차, 3차 감염이 진행돼 피해가 급격히 불어났다.

슈퍼 전파는 입원실 등 폐쇄된 공간에서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함께 생활할 때나 환자의 분비물이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 있는 고체 입자 또는 액체 방울) 형태로 퍼지는 환경에서 일어난다. 다만 질병관리본부에선 3번 환자를 슈퍼 전파자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3번 환자로 인해 생긴 2차 감염자는 1명(6번 환자)인 상태이기 때문에 3번 환자를 슈퍼 전파자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총 11명으로, 중국인인 1번 환자를 제외하면 모두 한국인이다.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종합] 대유행 우려 커지는 '우한폐렴'…中 확진자 1만명 넘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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