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 대박 후 방송사-투자사-중소업체 갈등 지속
후속 프로 봇물 속 독점구조 우려…"불공정 행위 문제"
깜짝 호황 속 '큰손'에만 끌려가는 트로트 시장
TV조선 '미스트롯'이 깜짝 흥행을 통해 트로트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지만 이면에서 후유증이 속출하고 있다.

수익 배분을 놓고 방송사와 투자사가 갈등을 빚는가 하면, 자본력이 있는 대형 업체가 이익을 독식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형 업체가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하고서 여기서 등장한 인기 있는 참가자들을 다시 끌어가는 구도로 과도하게 세를 불린다면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깜짝 호황 속 '큰손'에만 끌려가는 트로트 시장
◇ 예상 밖 호황…'진짜 수익' 배분 놓고 방송사-투자자 갈등
TV조선 '미스트롯'이 지난 2월 시작했을 때만 해도 "오디션 장르의 블루오션"이라며 흥행을 조심스럽게 예측한 목소리는 있었지만, 이 정도 '대박'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송가인-홍자 경쟁 구도 전략, TV조선 주요 시청자층과 맞아떨어진 장르 및 연출이 빛을 발하면서 지난 5월 2일 최종회는 무려 시청률 18.1%(닐슨코리아 유료가구)의 진기록을 세웠다.

이렇듯 예상 밖ㄱ 신드롬급 호황을 누린 '미스트롯'은 이후 '진짜 수익'을 둘러싼 배분 문제에 직면했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현재 진행형이다.

'미스트롯'이 낳은 히로인 송가인의 수익금 정산을 둘러싼 TV조선과 소속사 포켓돌스튜디오 간 논쟁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현재는 지역 콘서트 판권을 놓고 벌어지는 양측 갈등이 더 크게 불거진 상황이다.

'미스트롯'과 이후 콘서트에는 프로그램 제작에 투자한 MBK엔터테인먼트와 MBK 산하 포켓돌스튜디오, 소리바다, 생각을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 제이지스타 등 여러 회사가 관여했다.

방송가에 따르면 '미스트롯' 지역별 콘서트는 이들 업체가 TV조선과 계약을 한 뒤 판권을 쥐고 다시 지역 공연기획사에 돈을 받고 넘겨 행사를 치르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하청의 재하청인 셈이다.

문제는 MBK 관계사가 지역 기획사에 얼마를 받고 공연할 권한을 줬는지를 TV조선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데서 불거졌다.

TV조선은 '미스트롯' 콘서트가 시작된 후부터 MBK 측에 계속 해당 계약서 공개를 요구했으나,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해 분쟁이 식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갈등은 최근 로펌을 낀 내용증명 발송 등으로 이어지면서 법정공방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TV조선 측은 지방 공연이 하청의 재하청 식으로 진행된 바람에 음향, LED 조명 등 무대의 질도 한층 낮아졌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MBK 측은 콘서트뿐 아니라 매니지먼트에 따른 TV조선 수익 25%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제작 관여 업체들이 '톱12' 절반 이상 관리
가요계에 따르면 '미스트롯' 톱 12 가운데 절반인 최소 6명이 프로그램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회사들과 관련된 기획사에 현재 적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이중 일부는 오디션 참가 전 중소 기획사에 소속돼 있었지만 프로그램 과정에서 이적했고, 원 소속사와 분쟁도 일어났다.

1위 송가인과 3위 홍자는 '미스트롯' 제작을 지원한 MBK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해 설립한 포켓돌스튜디오 소속이다.

소리바다도 미스트롯 음원 유통을 맡고 제작 지원에 참여했는데, 2위 정미애와 톱12 중 한 명인 김소유는 소리바다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획사 '생각을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에서 활동한다.

하유비와 김희진은 미스트롯 전국 투어 콘서트 홍보 등을 맡은 제이지스타 소속이다.

미스트롯 참가자들이 높은 인기를 얻고 새 회사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여기저기서 파열음도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스트롯에서 4위를 차지한 정다경은 최근 기존 소속사 쏘팩토리에 전속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기존 소속사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다경 측은 내용증명으로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실제 소송 등에 나서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위약금 규모를 둘러싸고도 견해차를 빚고 있다.

이런 잡음이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대형 업체에 이익이 쏠리는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프로그램 초반 미스트롯 참가자들은 TV조선 출연 계약과 함께 1∼5위 참가자의 경우 1년 6개월간 포켓돌 스튜디오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힘이 없는 것이 억울하고, 프로그램에 괜히 내보냈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발로 뛰어 다듬어 놓은 아티스트를 빼가려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싸워봐야 (결국 가수를) 풀어주게 될 것 같아서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깜짝 호황 속 '큰손'에만 끌려가는 트로트 시장
◇ 트로트 오디션 봇물 속 부작용 우려…"불공정 행위는 문제"
방송가에서는 '미스트롯' 신드롬 후 비슷한 포맷의 오디션 예능이 줄을 잇는 상황에서 자본력을 바탕으로 특정 회사가 사실상 독점 계약을 하는 것이 시장 문화로 자리 잡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최근 순위조작 파문을 일으킨 CJ ENM의 엠넷 오디션 예능 '프로듀스 101' 시리즈도 방송사가 아이돌 제작과 매니지먼트 등 음악산업까지 수직계열화하는 데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미스트롯' 흥행을 계기로 전근대적인 문화가 고착하기 전 투명한 계약 문화 등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입장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통화에서 해당 문제에 대해 "문화산업에서의 불공정행위다.

낮은 수익 배분율과 부당한 강요도 문제고, '권력'이 가진 위계에 의한 부당한 압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로트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는데 이대로면 또 다른 CJ ENM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아도 트로트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좀 더 근대적인 측면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문제가 공론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도 "오디션이 프로그램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매니지먼트 수익을 창출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추세인데, 프로그램과 전속계약이 '패키지'로 활용되는 것은 출연자에 대한 '갑질'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습생이나 가수들이 좀 더 좋은 조건의 회사를 찾아 이동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 관계자는 출연진들의 소속사 이전에 대해 "가수들이 (프로그램) 현장에서 발로 뛰고 일했던 사람들과 일하는 스타일도 서로 알게 되고 신뢰가 더 가서 (계약)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