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패스트트랙' 정면 비판한 문무일
문무일 검찰총장(사진)이 최근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데 대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정면 비판했다. 일각에선 해외 순방 중인 문 총장이 귀국 후 바로 ‘사퇴’ 카드를 꺼내며 정부와 여당에 강력 반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 총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정부와 여당에서 추진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실효성 있는 자치경찰제 도입’과 ‘정보경찰 분리’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 지휘 폐지와 정보경찰에 ‘우려’

문 총장은 1일 대검찰청 대변인실에 전달한 입장 자료를 통해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고 밝혔다.

'수사권 조정 패스트트랙' 정면 비판한 문무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갖는 내용이 핵심이다. 경찰이 검찰의 수사 지휘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수사권을 갖게 되면 검찰과 경찰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다는 주장이다.

그는 경찰에 독립적인 수사권을 부여한다면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총장은 “특정한 기관(경찰)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며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런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기능 축소와 청와대의 인사검증 수요가 커지면서 정보경찰 개혁이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는 것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 총장은 ‘탐문→정보수집→수사→기소’ 등으로 이어지는 수사 단계에서 정보와 수사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도 불완전해진다고 보고 있다. 전체 경찰 인력 12만 명 가운데 3300여 명(2018년 기준)이 정보과 소속이다. “정보로 수사해 없는 사건도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사퇴’ 초강수 둘까

문 총장은 지난달 하순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이 임박해지면서 거취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총장은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이 공정하지 않게 진행될 경우 ‘직을 던지겠다’는 의사를 여러 번 청와대에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대검 간부 회의에서 다수가 총장직을 유지하면서 법안의 부당성을 지적할 것을 건의함에 따라 당장은 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문 총장은 지난달 28일 11박12일 일정의 해외 출장을 떠났다. 우즈베키스탄을 방문 중이며 오는 9일 귀국한다.

그가 귀국하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따라 이들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본회의 부의 등의 절차를 거쳐 최장 330일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귀국 후 ‘사표 제출’이라는 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인혁/안대규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