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일정 공방…재판부, 28일부터 前행정처 심의관 증인 신문
검찰 "증인신문 210명 넘어…서두르자", 임종헌 "준비 불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서 검찰과 임 전 차장 측이 증인신문 등 재판 일정을 두고 또 다시 충돌했다.

검찰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속행 공판에서 "피고인을 기소한 지 넉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실질적 입증활동을 못 하고 있다"며 재판 지연에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국가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어서 신속하고 명확한 판단이 내려질 필요가 있다는 데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더이상 피고인의 일방적 요청에 의한 재판 지연은 용납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특히 "검찰이 헤아려본 바에 의하면 210명이 넘는 증인 신문을 해야 하고, 1차 기소 사건에 대해서만 증인신문 기일이 총 68회 소요된다"면서 "최소한 주 3회나 많게는 4회 기일을 진행하는 집중 심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임 전 차장은 직접 "소송 관계인의 일원으로서 신속히 재판이 진행되도록 적극 협력할 의무가 있다는 건 분명히 자각하고 있다"면서도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은 "제가 구치소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기록을 보는데, 기록을 볼 수 있는 양의 한계가 있다.

구치소 불도 9시면 꺼진다"며 기록 파악에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임종헌 한 사람을 상대로 모든 화력을 집중하면서 '우리는 링 위에 올라와 있으니 피고인도 올라오라'는데,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걸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건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 측이 지난 4개월 간 같은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우선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과 관련한 공소사실부터 증인 신문을 시작하자고 요구했다.

이를 위해 정다주·시진국·박상언 전 행정처 심의관 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양측의 공방을 들은 재판부는 심리 속도 등을 감안해 이들 3명의 판사를 모두 증인으로 채택하고 이달 28일부터 증인 신문을 시작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