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소속 금속노조원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한 김모 유성기업 상무가 119구급대로부터 응급 치료를 받고 있다.  /유성기업 제공
민주노총 소속 금속노조원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한 김모 유성기업 상무가 119구급대로부터 응급 치료를 받고 있다. /유성기업 제공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부 조합원들이 회사 노무담당 임원을 감금한 채 1시간여 동안 집단 구타해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혔다. 폭행 직후 직원들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50여 명의 조합원이 출입문을 둘러싸고 경찰 진입을 막았다. 이 때문에 경찰 출동 후에도 폭행이 무려 40여 분간 지속됐지만 손을 쓰지 못했다. 경찰은 폭행에 가담한 금속노조 조합원 7명을 폭행, 재물손괴죄 혐의로 수사하는 한편 경찰 진입을 막은 조합원들에게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집단 폭행에 전치 12주 진단

“너희 집 주소 다 알고 있다. 가족들도 가만두지 않겠다.”

김모 유성기업 노무담당 상무가 지난 22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부 조합원 7명에게 폭행당하며 들은 말이다. 이날 엄모 부지회장, 조모 사무장을 비롯한 금속노조 조합원 50여 명이 충남 아산 유성기업 사무실에 무단 난입해 사무실을 점거했다. 이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피신해 있던 회사 대표와 상무를 찾아내기 위해 대표실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이어 책상과 사무집기 등으로 출입문을 막은 뒤 폭행이 시작됐다. 그들의 타깃은 김 상무였다.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배를 무릎으로 가격하는 등 폭행이 1시간가량 이어졌다. 한 사람이 김 상무의 멱살을 붙잡으면 다른 사람이 발로 걷어차는 식이었다. 김 상무가 불법 시위와 폭력 사태를 눈감아주지 않고 고소·고발해오다 금속노조의 원한을 산 것으로 회사 측은 파악하고 있다. 김 상무는 곧바로 병원으로 호송됐지만 양측 눈 주위뼈가 분쇄골절 및 함몰돼 안구가 손상됐고, 코뼈가 분쇄골절되는 등 전치 12주를 진단받았다.

폭행이 계속되는 동안 현장에 있던 유성기업 직원들은 112에 여섯 차례 신고했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무력했다. 아산 둔포 파출소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노조원들이 들여보내주지 않자 지원을 요청했다. 아산경찰서 강력계 형사 전원이 투입되는 등 경찰 20여 명이 건물 진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아산경찰서 관계자는 “노조원들이 경찰관을 에워싸고 욕설을 하며 조롱했다”며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는 더 이상 손 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경찰이 출동한 뒤에도 폭행이 40분간 이어졌다. 회사 관계자는 “급기야는 사무실 컴퓨터 모니터와 의자를 들어올려 김 상무를 내려치려고 했다”며 “뒤따라간 직원 5명이 말리지 않았더라면 끔찍한 결과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할 말 없다”

경찰 측은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부의 폭력 사태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고 했다. 아산경찰서 관계자는 “2011년부터 금속노조 폭력시위 때문에 접수된 사건만 해도 수백 건이고, 벌금은 1억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2011년 1주일간 회사를 점거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해고되자 본격적으로 노사갈등이 시작됐고, 해를 거듭하면서 골이 깊어졌다는 설명이다.

유성기업 직원들은 이번 폭행이 예고된 범죄라고 했다. 회사의 한 직원은 “평소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김 상무를 잡아 족치겠다, 죽이겠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고 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직원은 “그날 이후 잠도 못 자고 불안증세에 시달리고 있다”며 “혹시나 내 신상을 알아내 보복하진 않을지 두렵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은 26일 서울 삼성동 유성기업 사무실 앞에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던 금속노조 유성기업지부원들을 찾아갔다. “임원 집단폭행이 사실이냐”고 묻는 기자의 말에 금속노조 간부 두 명은 황급히 자리를 피해 근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금속노조가 불법 점거 중인 건물 5층 사무실 앞에 도착한 간부들은 “할 말 없다”며 기자를 밀쳐냈다. 재차 입장을 묻자 “경찰 조사 받을 때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1959년에 설립된 유성기업은 피스턴링, 실린더라이너 등 자동차 부품을 생산해 현대·기아자동차 등에 납품하는 회사다.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부는 지난달 15일부터 서울 유성기업 사무소를 점거한 뒤 임금 인상과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수빈/전범진/주은진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