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전·현직 장차관급 공무원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 사건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시작된 ‘적폐수사’의 영향도 있겠지만, 과거와 달리 행정에 불만이 생긴 민원인이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선 영향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장·차관 대상 고소·고발 급증
16일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장차관급 공무원의 범죄 접수 건수는 229건으로 작년 연간 수치(98건)보다 133% 급증했다. 3년 전인 2015년 연간 수치(36건)의 6.3배에 달하는 건수다. 이는 전·현직 장차관을 대상으로 한 고소·고발과 검찰 인지(자체 수사) 사건을 합친 통계다. 229건 가운데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만 42건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완종 리스트’로 기소됐다가 무죄가 확정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당시 수사팀장을 맡았던 문무일 검찰총장을 지난 5월 직권남용으로 고소했다. 지난 9월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지난달엔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각각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했다.

전체 공무원의 범죄 접수 건수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작년 3만1496건으로 전년(2만5611건)보다 23% 증가했다. 올 들어선 지난 8월까지 2만4588건으로 2016년 연간 수치에 육박했다.

범죄별로는 직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직무유기죄’와 공무원 지위를 통해 타인에게 의무가 아닌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직권남용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접수된 공무원 직무유기죄와 직권남용죄 사건은 각각 5405건, 3865건으로 작년 연간 건수(직무유기 5282건, 직권남용 3224건)를 넘어섰다. 이 밖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2305건), 허위공문서 작성(1139건), 상해와 폭행(1115건),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821건) 등이 뒤를 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요즘 민원인과의 관계에서 공무원은 철저히 ‘을’”이라며 “공무원의 잘못에 소송으로 응수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직권남용죄 고소·고발이 급증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주로 민간인이 공무원을 상대로, 혹은 공무원 조직 내 하급자가 상급자를 상대로 고소 ·고발한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공무원 조직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