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퍼스트 도그' 분양행사…문 대통령 입양 '토리' 참석부쩍 줄어든 보신탕집 간만에 북적…"여전히 손님 있지만 예전만 못해"한낮 기온이 32도까지 치솟은 17일 오후 1시께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북측에 검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한글 또는 영어로 '개고기 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맞춰 입은 이들은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 활동가들이다.이들은 숨진 개 5마리의 사체를 들고 피라미드 모양으로 바닥에 앉아 식용견으로 길러지다 숨진 개들의 넋을 기렸다.활동가들은 "동물보호법은 개를 반려동물로 인정해 학대를 금지하지만 매년 한국에서 고기로 도살되는 개는 100만 마리에 이른다"며 "개를 사육, 도살, 유통, 소비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비판했다.그러면서 "정부는 개고기 식당 간판을 숨기며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개고기를 둘러싼 법적 모순과 사회적 갈등을 그만 방치하고,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며 개고기 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상여가를 틀어놓은 채 개 사체가 들어있는 꽃상여를 이고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1.5㎞ 구간을 행진했다.다른 동물권단체 '케어'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한 유기견 토리를 모델로 만든 인형 2천18개를 전시했다.토리는 케어가 2015년 10월 경기도 남양주의 한 폐가에서 구조한 개인데 검은 잡종견이라는 이유로 입양되지 못하다 지난해 문 대통령과 연을 맺고 청와대 '퍼스트 독'이 됐다.''I'm Not Food-먹지 말고 안아 주세요'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전시회에는 '진짜' 토리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케어 홍보대사인 서민 단국대 교수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심석희·김아랑도 참석해 토리 인형을 입양했다.서 교수는 "버려진 개들, 죽어가는 개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유기견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유기견이 생기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김아랑은 "유기견 보호는 작은 마음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작은 마음이 모여서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는데 이런 뜻이 널리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서울 도심 곳곳에서 개 식용 반대 운동이 잇달아 열린 이날 유명 삼계탕·보신탕 전문 식당은 인산인해를 이뤘다.서울 종로구 체부동의 유명 삼계탕 전문점은 점심시간 전부터 몰려 정오 무렵 100여 명이 가게 입구부터 40∼50m 떨어진 주차장까지 장사진을 쳤다.이 식당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 수십 대가 80m 넘게 도로에 늘어서 차로를 점거하면서 교통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친구와 함께 식당을 찾은 단골 박 모(48·여) 씨는 "운전해서 왔는데, 차가 주차장까지 들어가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렸다"며 웃었다.비슷한 시각 종로구 낙원동의 보신탕 전문점에도 많은 사람이 몰려 몇몇 손님은 홀에 서서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비슷한 시간대 냉면이나 순댓국, 김치찌개 등을 취급하는 다른 식당들에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띈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그러나 이 가게 손님들은 동물보호 단체들이 개고기 판매를 반대하면서 활기가 예전만은 못하다고 입을 모았다.초복을 맞아 직장 동료들과 함께 보신탕을 먹으러 온 김 모(57) 씨는 "38년째 이 가게 단골"이라며 "예전에는 자리가 없어서 복날에 이 집에 올 엄두도 내지 못하고 복날을 피해 왔었는데, 오늘은 조금 일찍 왔더니 빈자리가 있었다"고 말했다.김 씨와 함께 식사한 동료는 "개고기를 먹지 말라는 건 젊은 사람들 이야기고, 우리처럼 나이 들고 개를 기르지도 않는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며 "날은 덥고 기력은 떨어지는데, 보양식을 먹고 기운을 내야 일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
삼계탕집마다 문전성시…번호표 대기 장사진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은 복달임…동물은 얼음특식전국에 폭염 특보가 지속하는 가운데 초복인 17일 전국의 삼계탕집은 한 그릇의 보양식으로 더위로 허해진 몸을 재충전하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찾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의 한 2층 규모 삼계탕 전문점은 점심을 먹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인데도 일찌감치 손님이 몰려들었다.10대가량 수용 가능한 주차장은 이미 꽉 차 가게 직원들이 인근 주택가로 차량을 유도했고, 입구 옆 처마 그늘에 줄을 늘어선 손님 20여 명은 손부채 질과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쫓아가며 자신의 순번을 기다렸다.황 모(52·여) 씨는 "복날에 영양분을 보충해 여름을 나던 시대는 지났지만 땀을 흘려가며 삼계탕 한 그릇을 비우는 게 무더위를 나는 재미 아니겠냐"라며 "오래 기다리더라도 꼭 먹고 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삼계탕집 관계자는 "정확한 손님의 수를 헤아려 보지는 않았으나, 대기인원을 적는 수첩이 10장을 넘어간 걸 봐선 400팀 이상 받은 것 같다"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비슷한 시간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의 삼계탕 전문점도 발 디딜 틈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도로변에 위치한 이곳에 들어가려고 대기하는 차량이 꼬리를 물었고, 2층에 위치한 가게로 통하는 계단에는 대기열이 두 줄이나 생겼다.한방에서 말하는 '이열치열', 즉 무더위에 뜨거운 음식을 먹어 더운 기운을 쫓는 전통적인 몸보신 대신 냉면이나 막국수를 택하는 이들도 많았다.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소재 냉면집은 70여 석 규모의 테이블이 만석이 됐고, 경기도 내 유명한 평양식·함흥식 냉면집에는 대기 순번이 생길 정도였다.냉면집 관계자는 "요즘 같은 때는 워낙 대목이어서 거의 매일 만석이다"라며 "평소에는 낮 12시 30분 이후부터 손님 발길이 한풀 꺾이는데, 오늘은 오후 1시 넘어서까지도 붐볐다"라고 웃어 보였다.폭염 특보가 계속되는 더운 날씨에도 이글거리는 불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소방관들은 삼계탕 한 그릇으로 복날을 났다.수원소방서는 이날 오전 염태영 수원시장과 소방관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층 로비에서 복달임 행사를 열었다.소방서 관계자는 "초복 더위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헌신하는 대원들을 위해 마련한 행사"라며 "삼계탕으로 몸보신을 하고, 시원한 과일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눴다"라고 전했다.이번 더위가 힘든 것은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다.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은 무더위에 지친 동물을 위해 복날 특식을 준비했다.기린과 코끼리 등 초식 동물은 꽁꽁 얼린 수박과 사과 등 과일을 맛있게 먹었고, 추운 북극에 사는 북극곰은 찬물 수영을 하며 얼음 꽁치를 맛봤다.에버랜드 관계자는 "무더위가 계속되다 보니 사육사들이 동물들의 컨디션을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특식을 제공하면서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이 밖에 전국의 복지·요양 시설 등에서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기업·단체들의 삼계탕 대접 행사가 열리는 등 복날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행사가 곳곳에서 열렸다./연합뉴스
초복인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 식당 앞에는 기다리는 손님들로 붐볐다. 전통적인 복날 보양식을 먹기 위해서다.많은 시민들은 가마솥 더위 속에서도 부채질을 하며 차례를 기다렸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날 정도인데도 3~40분 가량을 대기했다.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맑은 가운데 전국 대부분 낮 최고기온이 33도, 일부 지역은 35도 이상 기록했다.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발효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내륙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있겠다"며 "열사병과 탈진 등 건강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당부했다.한경닷컴 뉴스룸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