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문재인 케어를 시행해도 의료 통제가 심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의료인용 자료집을 냈다. 이를 통해 상복부 초음파 등 예비급여는 삭감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새 의사협회 집행부가 정부와의 대화채널을 봉쇄하자 정부가 직접 의료계를 설득하는 작업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의료인 질문에 복지부가 답합니다' 자료를 내고 "예비급여는 삭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예비급여는 의사들이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주 원인 중 하나다. 의사들은 예비급여를 통해 불필요한 의료 통제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 해명한 것이다.

문재인 케어는 환자치료에 꼭 필요한 진료 항목을 모두 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는 새 정부 보장성 강화 정책이다. 건강보험 혜택이 늘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한계도 있다. 모든 치료가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되면 환자가 내는 비용이 저렴해져 불필요한 사용량이 늘어날 수 있다. 수천만원이 넘는 항암제나 로봇 수술 등도 일반 암 치료처럼 환자 부담을 5%로 낮추면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생긴 것이 예비급여다. 예비급여는 비용 대비 효과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환자 치료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항목에 대해 환자가 다른 치료보다 돈을 많이 내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비급여로 남아 있을 때보다 건강보험 지원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어 환자 부담이 지금보다 줄어든다.

정부는 예비급여를 통해 재정부담을 줄이고 비급여가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건강보험에 포함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은 의료기관에서 가격, 치료 횟수 등을 마음대로 정한다. 이 같은 항목이 예비급여가 되면 가격을 건강보험에서 정한다. 병원들은 자신들 맘대로 정하던 가격, 횟수에 제한을 받게 된다. 의료계서 예비급여를 통해 정부가 의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날 자료를 통해 복지부는 "예비급여는 삭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의사들에게 삭감은 대표적 통제 수단이다. 환자가 치료를 받은 뒤 의료기관에 본인부담금만 내고 돌아가면 의료기관은 나머지 건강보험 부담금을 지불해 달라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한다. 이때 심평원이 건강보험 급여 기준과 다르다고 판단하면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주지 않고 삭감한다. 의료기관은 환자 치료를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심평원이 진료비를 지급했다가 나중에 삭감 처분을 받기도 한다. 의료기관에는 고스란히 손실로 남는다.

복지부는 이달부터 시행하는 상복부 초음파 건강보험 급여 중 의학적 타당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들을 예비급여로 넣었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예비급여로 상복부 초음파를 찍으면 횟수가 제한돼있어 나중에 대규모 삭감이 될 것"이라는 괴담까지 돌고 있다. 복지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진료량 모니터링만 하다가 지나치게 늘면 학회 등과 협의해 추가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의료계 불만이 큰 삭감 시스템도 개선한다. 복지부는 "의료인 진료 자율성을 높이고 환자 보장성은 늘리는 심사 체계로 개편할 것"이라며 "의료계가 참여하는 심사기준 개선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심사 세부 규정을 공개하고 심사 실명제도 도입한다. 이를 통해 심평원 심사는 줄이고 자율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동네의원 쏠림을 막기 위한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 급여로 들어가면 대형 대학병원 환자 부담도 내려간다. 이 때문에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까지 무분별하게 대형병원을 찾을 수 있다. 복지부는 동네의원 역할을 늘리기 위해 만성질환이나 가벼운 외래환자는 동네의원에서 보고 중증 입원환자는 대형병원에서 보는 시스템을 만든다.

복지부는 이 같은 제도 시행을 위해 재정은 30조6000억원 수준으로 관리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의료계에서 70조~120조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설명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