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개편 공론화위, 누가 참여하며 박빙 결론이면 어떻게 하나
결국 여론에 달렸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이 교육부에서 국가교육회의로, 국가교육회의에서 다시 공론화위원회로 넘어왔다.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다. 국가교육회의 인적 구성의 면면을 보면 현직 교사가 전무하고 입시 전문가도 태부족이어서 그렇다.

국가교육회의는 애당초 중장기 교육정책의 틀 마련을 목표로 출범한 기구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여부, 수시·정시모집 통합, 수능·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조정 같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세부 현안을 결정하기 위한 곳이 아니었다. 교육부의 이송안 중 후순위 격인 ‘중장기 대입제도 방향’ 심의가 원래 국가교육회의 몫이란 얘기다.

국가교육회의는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와 공론화위 설치를 통해 이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모양이다.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고 의제를 선정한 뒤 국민들이 참여하는 실제 공론절차를 거쳐 권고안을 작성하면 전체회의에서 확정해 올 8월 교육부로 넘기는 과정을 밟는다.

공론화위가 담당할 ‘국민 참여형 공론절차’가 핵심인데 디테일마다 난제다. 참여하는 국민은 누가 되어야 할까. 일반 국민? 아니면 학부모? 학부모일 경우 이번 대입 개편의 영향을 직접 받는 중3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여야 하나? 하지만 대입 문제는 고교생 학부모가 가장 현실을 체감하는 사안 아니던가? 일반 국민과 학부모를 섞어 구성한다면 각각에 얼마씩 배정할 건가? 이해당사자인 학생은 포함돼야 하는가? ‘교사 패싱’이라 비판하는 현장 교원 의견 반영 여부와 방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수능·학종의 ‘적정비율’이란 어느 정도일까? 공론절차에서는 3:7, 5:5, 9:1 등의 적정비율 보기를 제시한 뒤 고르게 되나?

당장 떠오르는 의문점만 해도 이렇게 여럿이다. 참여자 구성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예컨대 수능 절대평가, 학종 축소, 수시·정시 통합 등에 대한 참여자의 찬반 비율은 5:5로 맞춰야 할까? 아니면 쟁점에 대한 찬반을 묻지 않고 무작위 표집하는 게 맞을까? 국가교육회의가 밝힌 ‘대표성을 띤 국민’이란, 전자와 후자 가운데 어느 쪽인가?
대입 개편 공론화 계획을 발표하는 김진경 특위 위원장(왼쪽)과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 / 사진=연합뉴스
대입 개편 공론화 계획을 발표하는 김진경 특위 위원장(왼쪽)과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 / 사진=연합뉴스
자, 여기부터가 본론이다. 공론화를 하는 근본적 이유가 뭔가. 숙의민주주의다. 결과를 납득하고 수용하려면 충분한 자료 제시와 토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사회적 논쟁인 만큼 100% 제어는 어렵지만, 객관적 판단을 돕기 위해 최대한 변인을 통제하고 편향(bias)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합의가 필요한 용어와 개념이 많다. 수능은 정말 공정한가? 이때 공정성은 어떤 차원의 공정성인가? 점수로만 판단하니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는 의미인가? 경제력에 따른 사교육 격차 등 ‘출발선’이 다른데 공정한 게 맞나? 수능을 절대평가로 하면 또 어떻게 달라지는가? 학종은 왜 불신 받는가? 그럼에도 교사들은 왜 지지하는가? 학종은 과연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는가? 학종의 사교육 개입은 수능보다 정도가 덜한가, 아니면 더한가?

물론 여러 차원이 섞여 있어 쉽게 결론내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단 공론절차가 뜬구름 잡는 소리만 되풀이하다가 또 한 번의 여론조사로 끝나지 않으려면, 최소한 핵심 용어와 개념에 대한 ‘조작적 정의’를 먼저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단순하고 공정하며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기여하는’ 대입제도 개편안 마련에 힘쓰겠다”고 했다. 통상 ‘단순·공정 패키지’는 정시-수능 상대평가, ‘성장·발달 패키지’는 학종-수능 절대평가 지지로 이해된다. 신 의장의 표현은 양쪽 모두를 염두에 둔 신중한 용어 선택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주어진 4개월 안에 두 요소를 균형 있게 반영한 안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난해 8월 ‘1년 유예’ 결정 이후 8개월간 교육부가 보인 진도에 비춰보면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이 모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다 해도 마지막 관문이 남는다. 결론이 박빙으로 나올 때 어떻게 판단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응답 차이가 오차범위 이내면 통계적으로는 5:5로 봐야 한다. 원전 건설 재개와 중단 응답이 박빙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걱정했지만 답을 찾기 쉽지 않았다.” 지난해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 김지형 위원장이 고충을 토로한 바로 그 대목이다.

다행히 원전 공론화위는 오차범위 밖인 19%포인트 차이가 나 이런 고민을 덜 수 있었다. 대입 개편도 그럴 수 있을까. 국가교육회의는 일단 “의견차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사전에 정한 공론 결과 반영기준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준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다.

교육계와 시민사회는 벌써 찬반으로 갈려 세(勢) 싸움에 돌입했다. 작년 수능 절대평가 관련 두 가지 시안을 놓고서도 그랬으니, 교육부가 우선순위 없이 수십 가지 조합이 가능한 ‘열린 안’을 내놓은 이번에는 한층 심해질 것이다. 기왕 국민 참여 공론절차를 통해 결정키로 한 만큼 격론을 나쁘게만 볼 건 아니다. 다만 공론절차 결론마저 팽팽히 맞섰을 경우 어떻게 할지에 대한 원칙만이라도 교육 당국의 소신과 철학을 담아 정해주길 바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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