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영국·독일선 국내외 정보수집 기능 나눠… 수사·정보기관 철저히 분리
주요국들은 국내와 해외 정보기관을 분리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옛소련의 국가안보위원회(KGB)나 이란의 사바크(SAVAK) 등 통합 정보기관이 존재했으나 미국 영국 독일 이스라엘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국내와 해외 정보기관을 별도로 두고 있다. 정보기관은 정보 수집에만 집중하고 수사가 필요하면 다른 기관에 의뢰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영국은 해외 정보를 수집하는 MI-6와 국내 정보를 맡는 MI-5로 나뉜다.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MI-6는 외무성 산하로 내무성 산하인 MI-5와 분리돼 있다. MI-6와 MI-5는 수사권이 없다. 수사가 필요하면 경찰과 협조한다.

독일도 정보와 수사 기능을 구분하고 있다. 독일은 해외 정보 수집을 위해 설치한 연방정보국(BND)과 국내 정보를 다루기 위한 연방헌법수호청(BfV)을 두고 있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두 기관 모두 수사권은 없다. 독일은 과거 나치 정권에서 수사권을 보유했던 정보기관의 폐해를 거울삼아 BND나 BfV에 수사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수사기관인 경찰이 BfV처럼 국내 정보 수집에 나서는 데 대해서도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집행기관인 경찰이 정보 수집에 깊숙이 관여한다면 집행과 정보 기능을 모두 갖춘 ‘슈퍼경찰’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정보 공유도 엄격한 법적인 조건 아래에서만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국가정보원을 감시하고 있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독일은 10만 명 넘게 활동한 구(舊)동독의 비밀경찰인 ‘슈타지’ 등 과거에 대한 반성이 뿌리 깊게 남아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수사기관과 정보기관을 철저하게 분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해외 정보 업무는 중앙정보국(CIA)이 맡고 국내 보안이나 방첩은 연방수사국(FBI)이 담당한다. CIA와 달리 FBI는 수사권이 있다.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FBI가 연방경찰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치안서비스를 주로 담당하는 한국 경찰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미국 연방정부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FBI는 경찰보다 정보기관에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볼 때 경찰에 대공수사권을 넘기는 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경찰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이에 걸맞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