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와 과세당국 간의 다섯 번째 대결은 무승부로 결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한국씨티은행이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원천징수 처분 취소소송에서 “부과된 1031억원 중 648억원을 인정하고, 나머지 383억원은 취소하라”는 원고 부분 승소판결을 내렸다. 대법 확정 판결 기준으로 지금까지 2패2무를 기록하며 ‘아니면 말고식’ 과세로 비판받던 세무당국으로서는 이번 무승부로 체면은 지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 "법인세 부과액 63%는 정당"… 정부 부분 승소
◆대법 “법인세 383억원 돌려줘야”

씨티은행이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원천징수 처분 취소소송은 론스타와 세무당국과의 다섯 번째 대회전이었다. 씨티은행은 2008년 1월 론스타(LSF-KEB)와 보관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외환은행 주식 3억2904만여 주(지분율 51.02%)를 대신 보관했다.

외환은행은 2008년 4월부터 2011년 7월까지 7회에 걸쳐 론스타에 배당을 실시했다. 씨티은행은 배당금에 대해 ‘한·벨기에 조세조약’에 따라 15%의 세율을 적용해 원천징수한 법인세를 납부하고 나머지를 론스타에 지급했다. 하지만 서울지방국세청장은 해당 건이 조세조약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20~25%의 세율을 적용했다. 이를 근거로 1031여억원을 추가 부과했다.

1심은 “LSF-KEB는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벨기에 거주자 자격을 취득하고자 설립한 도관회사에 불과하다”며 “한·벨 조세조약을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도관회사는 ‘자금’이 지나가는 통로로 활용되는 법인을 말한다. 벨기에 회사는 통로일 뿐 론스타 미국 법인과 버뮤다 법인이 양도소득의 실질귀속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다.

법원은 배당수익을 받는 상위투자자들에 따라 세율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미 조세조약의 적용을 받는 미국 거주자들에 대해서는 15%의 제한세율만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다.

◆“여론 추종하는 과세는 금물”

법원이 LSF-KEB를 도관회사로 보고 ‘한·벨 조세조약’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은 기존 판례를 따른 결과다. 론스타 사건과 관련해 법원은 도관회사를 통한 조세 조약은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익의 최종 귀속자를 기준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하에서다.

하지만 귀속자가 미국 법인일 때는 ‘한·미 조세조약’에 따라야 하는 게 맞다고 법원은 판단해왔다.

론스타와 과세당국은 이번 판결 전까지 네 번의 승부를 벌였다. 그중 두 번은 론스타의 완승이었다.

외환은행 지분 매각에 대한 1700여억원의 양도소득세는 론스타가 국내 고정사업장이 없어 위법한 것으로 판정이 났다. 스타타워 양도소득에 법인세가 아니라 소득세를 부과한 처분도 취소판정을 받았다. 법인세 부과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세무당국은 이후 법인세 부과를 다시 해 받아냈다.

이에 론스타측은 법인세도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국세청의 법인세 부과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산세 392억원에 대해서는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다.

고정사업장 문제로 원천소득세를 부과했다가 1심에서 패소하고 2심이 진행중인 사건도 있다.

세무당국이 ‘아니면 말고식’ 과세로 국제 신뢰도를 저하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한 세무변호사는 “여론을 추종하는 과세는 금물”이라며 “국제 위상에 걸맞은 과세행정을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