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8층짜리 스포츠센터(두손스포리움) 건물에서 21일 큰불이 나 수십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22일 오전 1시30분 기준 29명(남 3, 여 23, 미상 3)이 숨지고 29명이 부상을 입었다.

충청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불은 이날 오후 3시53분께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됐다. 불길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퍼졌고 여성 김모씨(50) 등 사망자 대부분은 건물 내 사우나에서 참변을 당했다. 이 건물은 1층 주차장, 2·3층 사우나, 4~7층 헬스클럽, 8층 레스토랑으로 돼 있다.

유독가스를 마셨거나 찰과상을 입은 부상자들은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이 중 일부는 호흡에 어려움을 호소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설 이용객 중 20여 명은 옥상으로 대피해 사다리차와 헬기로 구조됐다. 일부는 건물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에어매트로 뛰어내리기도 했다.

화재에 취약한 건물 구조로 인해 불길이 빠르게 번졌다는 분석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건물은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외장재인 드라이비트로 꾸며졌다. 2015년 5명이 사망한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도 드라이비트로 인해 피해가 컸다. 또 하나밖에 없는 출입구가 1층에서 시작된 불길로 막히면서 사람들이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초기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동한 굴절 소방 차량이 고장나면서 고층에 대피해 있던 사람들에 대한 구조가 지연됐다. 날씨가 너무 추워 밸브가 터지면서 굴절차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민간업체의 사다리차가 8층에 있는 대피자 3명을 구조하기도 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인근에 주차된 차량이 많아서 현장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소방차가 진입하는 데 필요한 도로 폭(7~8m)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방청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제천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수습에 나섰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보고를 받은 직후 헬기를 타고 사고 현장으로 이동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행안부 장관을 중심으로 신속한 화재 진압과 구조를 통해 인명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

제천=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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