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까지 점진적으로 수문 개방…수위 1.25m 낮춰

1일 오후 2시께 잠잠하던 낙동강 강정고령보 수문 쪽에서 콸콸 소리가 났다.

강정고령보 관리를 맡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수문을 낮춰 물을 하류로 보냈기 때문이다.

수문 위로 갇혀 있어 다소 탁한 색을 띤 물이 시원스럽게 흘러내렸다.

강정고령보는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와 경북 고령군 다산면 곽촌리 사이에 있다.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으로 만들었다.

4대강 보는 가뭄과 홍수에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과 수질을 악화시켰다는 단점이 있어 평가가 엇갈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에 4대강 보 가운데 강정고령보와 달성보를 비롯해 전국 6개 보 수문을 개방하기로 했다.

녹조 발생이 심하고, 체류시간이 길며, 수자원 이용에 영향이 없는 보를 하절기 이전에 즉각 개방하도록 결정한 것.
수문 개방에 따른 공식 행사는 없었다.

보 관리를 맡은 한국수자원공사는 수문 개방 30분 전과 10분 전에 수문을 개방하니 주의하라는 안내 방송을 하고서 오후 2시부터 강정고령보 수문을 낮춰 물을 하류로 흘려보냈다.

강정고령보 남조류 세포 수는 지난달 22일 215cells/㎖에서 29일 3천813cells/㎖로 급격하게 늘었다.

2회 연속 초과해야 한다는 기준만 충족하지 않았을 뿐 조류경보 관심 단계 기준치(1㎖당 1천개 이상)를 넘었다.

보를 상시 개방한다고 해서 수문을 완전히 열어 가둔 물을 모두 내보내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농업용 양수장에서 취수하는 데 영향이 없도록 관리수위에서 양수 제약 수위로 낮춘다.

강정고령보는 관리수위가 19.5m이지만 양수 제약 수위인 18.25m로 1.25m 낮아진다.

4대강 보 공사가 끝난 지 이미 5년이 지난 만큼 정부는 보 개방으로 하천 생태계가 받을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당 2∼3㎝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수위를 낮출 방침이다.

그런 만큼 강정고령보가 양수 제약 수위로 낮출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수자원공사는 오는 4일까지 수문을 열 예정이다.

수문을 열자 주민 100여명과 취재진이 강정고령보 주변에 몰렸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보 개방에 맞춰 강정고령보 앞에서 '보 수문 개방 확대', '흘러라 4대강'이라고 쓴 손 현수막을 펴는 퍼포먼스를 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6개 보에 한정되고, 수위저하가 예상보다 미흡하나 4대강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것만은 사실이다"며 "수문이 완전히 열릴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이 퍼포먼스를 할 때 일부 주민은 옆에서 "낙동강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저런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한 대구시민(70)은 "그동안 태풍이 안 와서 녹조가 안 쓸려갔을 뿐이지 태풍이 왔으면 다 쓸려가 아무 문제가 안 됐을 것이다"며 "상식적으로 물이 적으면 녹조가 더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농사를 짓는다는 50대 경북 고령군민은 "물만 어느 정도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이 정도 개방한 것으로는 농사에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구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sds1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