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기국, 헌재 인근 대규모 집회…퇴진행동, 광화문광장서 집회 후 헌재로 행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를 하루 앞둔 9일 찬반단체의 인용·각하 촉구 집회가 이어졌다.

이들은 특히 헌재 선고에서 자신들이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오면 승복하지 않고 저항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헌재 인근인 서울 종로구 지하철 안국역 5번출구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인 탄핵 반대단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전 8시께부터 재판관의 출근 시간에 맞춰 '탄핵 각하' 구호를 외치는 등 전날에 이어 '태극기 집회'를 재개했다.

오전에 수십명 수준이었던 탄기국 집회는 오후 들어 안국역 4·5번 출구에서 서울경운학교 정문까지 삼일대로 일대를 메울 정도로 인원이 불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각기 들고 탄핵 각하를 촉구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현재 8인 체제인 헌재가 탄핵심판을 진행한다는 점에서나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퇴임 일자에 맞춘 주문형 심판이라는 점에서나 이번 탄핵심판은 위헌"이라면서도 "다만 8인 재판관이더라도 탄핵을 각하할 경우는 합헌"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을 어긴다면 우리는 대한민국 법치 수호를 위해 헌법정신이 보장한 국민저항권을 발동할 것"이라며 "우리는 거룩한 대의를 위해 일제의 총칼에 항거했던 순국선열의 뒤를 이을 것임을 맹세한 바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어 "다른 판단을 하는 헌법재판관이 있을 경우 우리는 그를 위헌적 국가반역자, 민족반역자, 역사적 반역자, 국가 내란을 주동한 자로 규정하고 그에게 국가적·국민적·역사적 심판을 물을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일부 탄핵반대단체는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조형물·설치물 등을 물리력을 동원해 철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전사 출신으로 재향군인회 청년부회장인 김석훈(52) 구국청년결사대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결사대 발대식을 열어 이와 같이 밝혔다.

이 단체는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을 상임고문으로 하고 특수전부대 출신들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특전사 대테러복을 입고 나온 김 회장은 "줄로 묶어놓은 박 대통령 형상이나 단두대 등은 불법(설치물)이므로 물리력을 동원해 불시에 철거하는 행동을 벌이고자 결사대를 만들었다"며 "이를 위해 군복 100벌을 맞춰놨다"고 말했다.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도 탄핵반대단체가 탄핵 각하와 계엄령 선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헌재 정문 앞과 정문 맞은편에는 태극기와 '탄핵 무효' 등 피켓을 든 1인 시위와 탄핵 인용과 각하를 각각 기원하는 3천배 등 참배가 이어졌다.

경찰은 헌재 정문 인근 1인 시위자 간 거리를 20m로 넓혀 충돌 등에 대비하고, 기자회견은 정문 건너편에서 허용하되 마이크나 확성기 사용은 금지하고 있다.

또 경찰병력 120개 중대와 경찰버스 360대를 동원해 헌재 정문 앞과 맞은편에 버스로 차벽을 세우는 등 헌재 주변 경비를 강화하고 안국역사거리 남북측간 육상 이동을 막고 지하철 역사를 통해서만 이동하도록 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탄핵 인용 촉구 집회와 이달 11일 주말 촛불집회 계획을 예고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긴급 집회를 열고 탄핵 인용을 요구하며 헌재 방향으로 행진할 계획이다.

남정수 퇴진행동 공동대변인(민주노총 대변인)은 "단호하게 8대 0 만장일치 탄핵 인용선고를 확신한다"며 "헌재도 국민과 민주주의가 만든 기관이므로 역사와 1천500만 촛불 민심을 거스르는 역행·퇴행 결정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대변인은 "그러나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촛불 혁명이 '헬조선'을 바꾸지 못해 4·19나 6월항쟁처럼 미완의 혁명이 될까 두렵다"며 "촛불 항쟁 승리는 정권교체로 가는 길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승리로 기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각은 상상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며 "그 이후 벌어지는 상황은 퇴진행동의 정형화한 집회가 아니라 범국민적 저항과 항쟁이 필연코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화여대·성공회대·한국외대에 이어 탄핵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시국선언도 계속됐다.

서울대 총학생회와 '민중총궐기 서울대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서울대 본관 앞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해 "박근혜 정권이 만든 상처는 대학생들에게도 남았다.

프라임 사업 등 대학구조조정 사업으로 대학을 황폐화했고 나라 전체의 민주주의가 파괴되면서 대학과 일터 등 일상의 민주주의도 점차 사라졌다"며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동국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와 한신대 총학생회도 교내에서 박 대통령 탄핵과 구속 등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냈다.

원외정당인 노동당은 오전 11시 청와대 인근인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앞에서 박 대통령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을 구속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이재영 이효석 기자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