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 "상실의 아픔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 주고 싶었죠"
영화 ‘너의 이름은.’의 남자 주인공 다키와 여자 주인공 미쓰하는 늘 누군가를 기다린다. 이름도 모르고 기억조차 나지 않는 누군가에 대한 갈망은 일상을 깊숙이 파고든다.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그들을 무겁게 짓누른다. 그렇게 그들은 헤매고 기다리며, 때론 좌절하고 때론 기대하며 지낸다.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람 중에, 혹은 과거에 스쳐 지나간 사람 중에 그 사람이 있진 않을까. 이 같은 갈망은 동일본 대지진,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키는 사건과 얽히며 강하게 드러난다.

지난달 4일 개봉한 이 작품은 한 달여 만에 관객 35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에서 개봉한 역대 일본 영화 중 1위다. 큰 상실과 아픔을 겪은 일본 관객 뿐만 아니라 한국 관객들에게도 적잖은 위로가 됐기 때문이다. 영화를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43·사진)이 10일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300만 관객 돌파 기념 간담회를 열었다.

 영화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 "상실의 아픔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 주고 싶었죠"
그는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람 중에, 내일 만날 사람 중에 운명적인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며 “재난은 정말 슬픈 기억이지만 이 작품을 보고 좀 더 좋은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꿈속에서 몸이 뒤바뀐 도시 소년 다키와 시골 소녀 미쓰하가 만들어가는 사랑과 기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카이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계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을 제작한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뒤를 이을 인물로 꼽힌다. ‘언어의 정원’ ‘초속 5센티미터’ 등 많은 명작을 선보여 ‘제2의 미야자키 하야오’라고 불린다. 개봉 직후 방한한 그는 관객 300만명을 돌파하면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한했다.

“한국 관객 중 영화를 두 번 이상 본 ‘N차 관객’이 많다는 사실에 특히 놀랐습니다. 어제 무대 인사를 갔는데 거기 있는 분 중 90% 이상이 세 번 넘게 봤다고 하더군요. 열 번 넘게 봤다는 분도 꽤 많았고 심지어 50번 이상 봤다는 분도 있었어요.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정말 그런 영화가 돼서 굉장히 기쁩니다. 350만명을 넘어섰다고 하는데 중복 횟수를 고려하면 실제론 100만명 정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하하.”

이 영화는 밝고 통통 튀는 소년, 소녀의 이야기로 출발한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삶에 대한 갈증과 남녀 간의 작은 감정 변화까지도 포착한다. 일본 영화계의 거장 이와이 순지 감독이 “신카이 감독은 일본 젊은이들의 심상 자체를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하는 화가이자 시인”이라고 평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40대 아저씨가 이토록 풋풋하면서도 섬세한 감성을 담아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어느 날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연속적으로 어른이 되는 삶을 살고 있잖아요. 어른이 된 후에도 어릴 때 느꼈던 슬픔, 기쁨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 빛이 점점 퇴화하긴 하지만 마음속엔 어릴 때의 모습들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이들은 혜성이 떨어져 한 마을이 사라져버리는 비극과 마주하게 된다. 한·일 양국의 대참사를 은유적으로 빗댄 이 장면에서 관객은 많은 공감과 슬픔을 느낀다. 그리고 이 찬란한 슬픔은 ‘빛’으로 표현된다.

“빛에 대한 영향은 제가 나고 자란 시골에서 받았어요. 몇 시간 동안 하늘의 색이 변해가는 과정을 바라보곤 했죠. 그런 것들이 지금의 빛 표현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양국의 문화적 공감대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신카이 감독은 “일본에서도 한류 붐이 일었는데 한국인들이 재밌고 아름답고 생각한 것은 일본인도 동일하게 느끼는 것 같다”며 “풍경이나 문화, 가치관 등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작은 지금 막 구상을 시작한 단계”라며 “이번 영화를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봐줘서 다음 작품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작품을 하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