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알려져 공개 안하면 불신 초래…공론장 논의가 국익에 도움"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지하수 오염 결과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단이 다시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1부(김용빈 부장판사)는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환경부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정보를 공개하라"며 1심처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시는 2003년부터 약 70억원을 들여 용산기지 주변 지역의 지하수 정화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미군기지 주변 지하수에서는 계속 기준치 이상의 석유계 오염물질이 검출됐다.

환경부는 2013년 6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를 열어 주한 미군사령부와 3차례에 걸쳐 내부 환경조사를 하기로 하고 지난해 5월 1차 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민변은 향후 미군 기지를 반환받을 때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거로 삼기 위해 오염 분석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환경부는 오염 분석 결과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며 거부했다.

주한 미군사령부 측도 환경부에 '미완성된 자료인 만큼 공개될 경우 오해를 부르고 부정적 여론이 형성돼 한미 동맹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정보공개에 반대 의견을 표했다.

이 소송을 맡은 1심 재판부는 그러나 "환경조사 결과를 공개한다 해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환경부의 항소로 사건을 재심리한 2심의 판단도 같았다.

앞서 1심은 "민변이 요구하는 정보는 기지 내부의 지하수 오염도를 측정한 객관적 지표에 불과할 뿐 어떤 가치 판단이나 왜곡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03년부터 서울시가 지하수 정화작업을 했음에도 계속해 오염물질이 검출돼 용산기지가 그 오염원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서라도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미군 측이 반대한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공개할 경우 양국 간 신뢰관계가 훼손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오히려 "1차 환경조사가 실시됐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마당에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국민의 주한 미군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해 양국 간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용산 미군기지 토지 오염과 같은 사안이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는 과정 자체가 실질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